[뉴스토마토 이기호 선임기자]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과 표영호 표박스 대표가 30일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인터뷰>에서 “전세 세입자 보호를 위해 △담보권 설정 금지 △보증 보험 가입 전제 △세금 완납 증명 △임대인 변경 통지 등 4대 핵심 특약을 표준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장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개별 특약이 아니라 표준계약서에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감독원’ 설치와 법적 사각지대 해소 관련 입법 속도를 강조하고, “부동산 중개인이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표 대표는 “부동산 사기로 인해 청년들이 사회적 불신을 갖는 것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라고 말하고, “현재 전세시장은 붕괴로 가는 문이 열린 상태”로 비유했습니다. 10년 전엔 전세가 60%에 달했으나 현재는 월세가 65%에 이르고 있고, 빌라·다세대의 월세 전환율은 80%에 육박하며, 문제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75%가 2030 청년세대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표영호 표박스 대표와 향후 전세시장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사진 = 뉴스토마토)
“법만 바꾸면 계약 즉시 효력 발생… 국회 뭐하나”
표 대표는 가장 악질적인 수법으로 전입신고 효력이 계약 다음날 0시인 점을 노려 계약 당일 집주인이 대출을 받는 행위를 꼽았습니다. 집주인이 그 사이 근저당을 설정해서 세입자를 후순위를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그는 “4대 핵심 특약을 반드시 기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첫째 특약은 담보권 설정 금지입니다. 잔금 지급 다음 날까지 소유권 이전이나 근저당 설정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계약 무효 및 배액 배상을 명시하도록 합니다. 둘째 특약은 보증보험 가입을 전제로 하며, 임대인의 사유로 가입이 거절되면 즉시 계약금을 반환하고 해지합니다.
셋째 특약은, 세금완납증명 제시 의무화입니다. 임대인은 잔금 지급 전 납세증명서를 제시해야 하며 체납 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특약은 임대인 변경 시 통지 의무입니다. 동의 없는 승계를 거부하면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의 책임이 부여됩니다.
표 대표는 “계약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법을 빨리 개정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이런 민생 법안을 서둘러야 하는데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표영호 표박스 대표와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 = 뉴스토마토)
올 하반기 ‘역전세·깡통전세’ 사태 우려
청년이 표적이 되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정부의 전세대출 지원이 있습니다. 표 대표는 “사기꾼들은 나라에서 보증하는 대출금을 안정적으로 가로챌 수 있는 공적 자금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하고, “시세 파악이 어려운 빌라의 특성을 이용해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가를 책정하는 ‘업계약’을 맺고, 자기 자본 없이 수백 채의 집을 사들이는 수법을 동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반기 ‘역전세’ ‘깡통전세’ 사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허그(HUG) 보증 비율이 126%로 하향되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하는 보증금을 다음 세입자로부터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표 대표는 “가을 이사철이 되면 보증금 차액을 감당하지 못한 임대인들이 ‘배째라’고 나오는 사례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반기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전세 신탁(escrow)’ 제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표 대표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참여를 독려하려면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률 보장이나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에스크로는 보증금을 은행·신탁 등 제3자에게 예치한 뒤 계약 조건을 이행하면 집주인에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총장은 “중학교 때 읽은 책에 경찰관의 곤봉이나 군인의 탱크보다 무서워해야 할 것은 길가에 울고 있는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대목이 있었다”며 “피눈물 흘리는 청년과 노후에 험한 일을 겪는 어르신이 없도록 국가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한민국에서 전세 사기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이기호 선임기자 act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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