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에는 '이재명을 주범으로 이 전 부지사를 종범으로 만들 자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해당 녹취의 당사자이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박상용 검사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민주당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서 변호사가 민주당 소속으로 청주시장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공천 뇌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10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 질의 도중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수사 조작 드러나"…국힘 "공천 뇌물"
30일 시민단체인 '조작수사 피해자 이화영 진실규명 및 석방을 위한 시민행동'이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득구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치 검찰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엮기 위해 조작했을 것이란 우리의 의심이 현직 검사의 육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검찰청 조사실이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대로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공작소가 돼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최고위원은 박 검사를 향해 "국정조사장에 나와 배후가 누구인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달라"며 "조작 수사의 책임자를 즉각 체포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는 이화영 전 부지사를 당장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광민·유재율 변호사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은 "박 검사에 대한 긴급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작 정치'라고 규정하며 날을 세웠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녹취록은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온 것인가. 민주당의 공작 정치의 시작은 뜬금없는 녹취에서 시작된다"며 "민주당 청주시장 후보로 등록한 서민석 변호사가 공천장을 받기 위해 가져다 바친 공천 뇌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녹취에는 통화 상대의 음성 역시 포함돼 있을 텐데 박상용 검사 음성만 있고, 서 변호사의 목소리는 하나도 공개가 안 됐다"며 조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은 조작 기소·공소 취소란 결론을 미리 정하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상용 "짜깁기"…서민석 "추가 녹취 공개"
해당 녹취는 전날 민주당이 개최한 긴급 기자간담회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당시 내용을 살펴보면 박 검사가 지난 2023년 6월19일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와 통화에서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화영)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라며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가능해지는 건데"라고 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당시 구속 상태였던 이 전 부지사가 구체적인 진술을 하게 되면 보석이나 공익제보자 신분을 부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회견에 함께한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박 검사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발언과 상충된다"며 "명백한 위증인 만큼, 위증죄로 고발하고 멈춰 있는 탄핵소추 절차를 즉각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한 사실을 바탕으로 서 변호사에게 설명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서 변호사 발언은 생략하고 본인 육성만 공개해 취지를 왜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검사는 "서 변호사가 자신에게 먼저 이 전 부지사를 종범으로 처벌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제안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31일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를 의결할 때 박 검사를 포함할 방침입니다. 서 변호사는 추가 녹취 공개도 예고했습니다. 김기표 민주당 대변인은 박 검사를 향해 "장외에서 궤변만 늘어놓지 말고 국정조사장에 나와 사실대로 밝히면 될 일"이라며 "누구의 지시로 사법 거래를 시도했는지, '진짜 주범'이 누구인지 실토하라"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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