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치의 광기와 기술의 환각
2026-03-26 06:00:00 2026-03-26 06:00:00
최근 국제 정세와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모순이 있다. 바로 ‘정치적 결단’이라는 이름의 비합리성이 ‘군사적 합리주의’를 압도하려 할 때 발생하는 파국적 위기다. 2024년 용산에서 벌어진 위험천만한 작전 지시와 2026년 워싱턴에서 시작된 이란 공습은, 시스템이 권력의 독주를 막지 못할 때 국가가 어떤 재앙에 직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같으면서도 다른 사건이다.
 
2024년 가을,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지시하며 군령권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군사적 합리주의’였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작전본부는 국제법 위반과 정전시 교전규칙 저촉을 근거로 직언을 하며 김용현의 북한 타격을 좌절시켰다. 한국의 지휘 체계상 합참의장은 작전부대를 직접 지휘·감독하며 미군과 지휘권을 공유하는 구조적 특수성을 갖는다. 김용현마저 군 서열 1위의 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합리적 칸막이’가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전쟁 발발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반면, 2026년 초 미국의 상황은 달랐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 공격이 가져올 장기 소모전의 위험과 중국 견제 공백을 경고했으나, 트럼프는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 미국의 지휘 구조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전투사령부에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합참의장은 문자 그대로 ‘보좌 기구’에 머문다. 군사적 전문성이 정치적 욕망에 의해 거세된 결과, 미국은 현재 케인 의장의 우려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군대가 발휘되어야 할 전략적 관점이 무너지고, 정치권력에 무소신으로 맹종하는 슬픈 군대의 자화상이 펼쳐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보여준 초기 작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AI가 설계한 표적 시스템은 개전 3일 만에 3000여곳을 타격했고, 저비용 드론은 수억 달러짜리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언론은 ‘전쟁의 문법이 바뀌었다’며 찬사를 보냈지만, 이는 위험한 ‘환각’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장은 기술이 결코 전쟁의 본질을 바꾸지 못함을 증명하고 있다. AI 킬체인이 화려하게 표적을 지워나가도, 결국 전쟁의 몸통은 포탄과 기동, 보급선이 결정하는 재래식 소모전이다. 지상군은 교착된 전선에서 굼뜬 기동을 반복하고, 이스라엘의 라벤더 시스템은 무고한 민간인을 오분류하며 전쟁의 명분마저 갉아먹고 있다. 기술적 자신감이 전쟁의 문턱을 낮추었을지언정, 전쟁을 현명하게 끝내는 법(전략)은 오히려 퇴보한 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은 군사적 합리주의와 제도적 견제 장치 없는 군사행동의 무모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군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마치고 미주리주 휘트먼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민주당의 부승찬 의원이 그의 저작 『돌아오지 않은 무인기』를 통해 밝힌 교훈은 눈길을 끈다. 과거의 북풍은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 기획이었다. 이는 실제 전쟁은 수반하지 않으면서 전쟁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의식의 조작이었다. 반면 2024년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이 좌절된 뒤 이어진 평양 무인기 투입은 실제 전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권력을 공고히 하려 한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합참을 패싱하고 드론을 투입하며 지휘 체계를 무력화하려 했던 일련의 과정은, 결국 전쟁이 아닌 차선책으로 12·3 비상계엄이라는 군사 반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연속성에 있다.
 
전술이 “어떻게 싸우느냐”를 묻는다면, 전략은 “왜 싸우고 어디서 끝낼 것인가”를 묻는다. 트럼프와 네타냐후, 그리고 한국의 위정자들은 전술적 화려함에 매몰되어 전략적 파국을 외면했다.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정밀함이 아니라, 권력의 비합리적 명령 앞에서도 “그것은 국제법과 교전규칙에 어긋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군사적 합리주의와 제도적 견제 장치다.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위기에 빠진 트럼프의 현실은, 시스템을 파괴한 지도자가 마주할 필연적인 결말을 예고하고 있다. 이것이 저물어 가는 패권국, 미국이 위험한 이유다. 전문성이 무너진 미국의 전략은 위험해도 너무 위험하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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