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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4일 14:2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이 반영되면서 국내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 변화에 더해 해외 원전 수출 확대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 주가도 이른바 '원전 테마'로 묶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원전 사업은 장기간 시공 경험과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 엄격한 규제 대응 역량이 요구되는 고난도 산업으로 실제 EPC 수행 기업은 제한적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원전 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보고, 국내 건설사들이 K-원전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과 전략을 통해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원전 수주 소식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수조원 잭팟'에 주목하지만, 실제 건설사들의 계산은 다르다. 장기간 공정에 따라 수익이 분산되는 구조에 원가 상승과 환율,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수주 규모와 수익성 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원전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원전은 단기 수익을 노리는 사업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 레퍼런스이자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체코 두코바니의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사진=한국수력원자력발전소)
수조원 수주에도 남는 건 제한적…원전 EPC의 구조적 리스크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원전은 공사기간이 길고 투자 규모가 커 금리와 자금조달 비용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장기·고위험 프로젝트다. 통상 5~10년 이상 소요되는 사업 특성상 금융비용이 전체 사업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며, 수조원 단위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구조에서 금리 변동은 곧바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매출 역시 공정률에 따라 장기간 분산 인식되기 때문에 착공 이후 수년간은 수주 규모 대비 실적 기여도가 제한적인 '수주 착시'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고정가 일괄도급(Lump-sum Turn-key) 계약이 더해지면서 리스크는 확대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설계 변경, 인허가 지연 등으로 공사비가 늘어날 경우 초과 비용 부담이 시공사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럽과 미국 주요 원전 프로젝트는 계획 대비 7~14년 공기가 지연되고 사업비가 최대 2~3배까지 증가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업계에서는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이 한 자릿수 후반에서 두 자릿수 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기 지연이나 비용 초과가 발생할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전 특유의 규제 리스크도 변수다. 국가별 원자력 규제기관의 인허가 과정에서 안전 기준 강화나 설계 변경이 수시로 반영되면서 공기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고정가 계약에서는 이를 발주처에 전가하기 어렵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강화된 글로벌 안전 규정 역시 이러한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사업에서는 환율과 현지화 리스크가 함께 작용한다. 장기간 프로젝트 특성상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이 누적되고, 현지 인력과 부품 조달 비중이 높아질수록 공정 관리 난이도도 커진다. 특히 신규 시장에서는 협력사 역량이나 정책 변화에 따른 공정 지연 가능성이 상존하며, 이 역시 시공사가 상당 부분 부담하게 된다.
한국 원전 역시 시공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특히 원전 사업은 지체배상금(LD) 등 계약 조건에 따라 공기 지연이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원자력 산업 특성상 특정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갖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리스크를 완전히 회피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변수는 '팀코리아' 방식의 수주 구조다. 한국형 원전은 낮은 건설 단가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이는 초기 계약 단계에서 마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해외 원전 수주는 EPC뿐 아니라 설계·주기기·금융까지 패키지로 묶이는 구조인 만큼, 가격과 금융 조건, 공기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복합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조건을 공격적으로 제시할수록,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이 직접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자 다른 길, 같은 부담…원전 EPC 3사 리스크 해부
국내 원전 EPC 3사는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장기 공정과 고정가 계약, 복합 리스크가 맞물린 구조 속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 의존도와 수익 구조의 불확실성, 신규 시장과 기술 투자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주 경쟁력과 별개로 실제 수익성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000720)은 대형 원전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EPC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개별 프로젝트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모습이다. 신한울 3·4호기 등 대형 사업 비중이 큰 만큼 공정 지연이나 원가 변동 시 손익 변동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FEED(기본설계 단계)에서 EPC로 이어지는 구조 역시 초기 조건이 시공 단계까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047040)은 설계·시공·정비·해체를 아우르는 전주기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해외 대형 원전 사업이 컨소시엄 중심으로 추진되는 만큼, 실제 역할과 수익 구조는 프로젝트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체코 원전 등 참여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수주 이후 지분 구조와 리스크 분담 조건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실질적인 수익 구조가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주기 역량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단계에서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000830)은 대형 원전과 SMR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투자·개발형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SMR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상용화 시점과 규제 환경에 따른 투자 가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로 지목된다. 루마니아 등에서 FEED 참여를 기반으로 EPC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종 투자 결정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프로젝트가 많아 실적 반영까지 시간과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결국 세 건설사 모두 전략은 다르지만 '확정된 수익'보다 '미래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원전 사업이 시공 능력뿐 아니라 프로젝트 구조 설계와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영역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전사업은 데이터센터, 해상풍력, 수소·암모니아와 함께 에너지 전환 전략의 핵심 분야"라며 "EPC 경험과 공급망을 기반으로 장기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원전은 수행 역량과 리스크 감내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사업으로, 사실상 대형 건설사 중심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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