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교 동문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재판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 현직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측은 "수사 단계에서 확보한 진술로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주된 (뇌물)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만큼, 뇌물 수수 여부나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변호사에게 금품을 받고 '재판 거래'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모 부장판사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 관계자는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영장 기각과 관련해 "수사팀 입장에선 수사를 계속 해왔고 증거를 확보했다. 향후 수사에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수사) 해오던 대로 진행해서 다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된 이후엔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다. (영장 재청구 등) 그런 부분을 다 포함해서 검토할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이 '소명이 부족하다'는 부분이 구체적 사실 관계 문제인지, 법리 판단 문제인지 검토부터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김진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판사(44)에 대해 "주된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김 부장판사의 고교 선배인 정모 변호사(48)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공수처 수사2부(김수환 부장검사)는 이들이 이른바 '재판 거래'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가 정 변호사 수임 사건 20여건의 항소심을 맡고, 1심보다 형을 깎아주는 대가로 상당 금품을 받았다고 본 겁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2023∼2025년 전주지법 근무 당시 정 변호사로부터 300만원 현금과 아들 돌 반지, 배우자 향수 등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 변호사 회사 소유 건물을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 용도로 무상으로 받는 등 무상 임차 이익을 포함해 수천만원 대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기각 사유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가 아니라 '공여 부분에 대한 소명 부족'인 만큼, 추후 수사과정에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금품 제공의 뇌물성 인정 여부'와 '대가성 및 직무 관련성'을 밝히는 것이 공수처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부장판사 측이 '(판사)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가성'이 있는 뇌물임을 더 입증하는게 수순"이라면서도 "다만 (교습비 등을) 줬다 안 줬다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해당 사안을) 입증 못했으면 영장 청구도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부장판사 측은 바이올린 교습의 경우, 정 변호사 자녀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했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판사 직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결국 '대가성' 증명이 관건이다. 교습을 주고받는 등 서로 친분이 있는 관계인데, 그것이 판사와 변호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영향을 미쳤는지,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들여다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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