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혜훈 전 의원 '로또청약' 의혹 강제수사…자택 등 압색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이달 초 5곳 영장 집행
부정청약·보좌진 갑질 등 7건 혐의 병행 수사 중
압수물 분석 후 피의자 소환 수순…특경법 적용 주목
2026-03-09 17:52:47 2026-03-09 17:52:47
[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각종 비위 의혹으로 물러난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이달 초 이 전 의원의 자택을 포함해 5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현재 부정청약과 보좌진 갑질 등 모두 7건의 혐의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박 청장은 이 전 의원 소환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가 정리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월23일 오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명 28일 만에 낙마, 두 달 만에 압수수색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진영을 넘어선 통합 인사'를 내세우며 기획예산처 첫 수장으로 발탁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당을 배신한 행위라며 지명 당일 3시간 만에 이 전 의원의 당적을 박탈했습니다. 
 
당에서 쫓겨난 데 이어 각종 비위 의혹도 쏟아졌습니다. 서초구 고가 아파트 부정청약 문제를 시작으로 보좌진 대상 폭언과 갑질 정황, 장남의 대학 입학 특혜 의혹, 증여세 누락, 인천 영종도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잇따라 불거졌습니다.
 
청문회에서는 날선 추궁이 이어졌고, 여당도 끝내 감싸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대통령이 지명을 거둬들고,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현 정부 세 번째 낙마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1월12일 이 전 의원과 배우자, 장남 등 3인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와 주택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사건은 방배경찰서에서 접수된 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됐고, 고발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압수수색이 이뤄졌습니다.
 
혼인신고 미뤄 가점 부풀려…분양가 두 배 넘게 올라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인근 시세보다 20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공급된 단지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2024년 7월 청약 당시 특별공급 경쟁률이 352대 1, 1순위 경쟁률이 527대 1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몰리는 단지에서는 가점 격차가 근소한 경우가 많아 부양가족 수가 당락을 가를 수 있습니다.
 
이 전 의원은 같은 해 7월 이 아파트 전용 137㎡ 청약에 이름을 올려 당첨됐습니다. 주택청약 가점제에서 미혼 자녀는 부양가족으로 산정되지만, 혼인 신고를 마친 자녀는 별도 세대로 분류돼 가점 대상에서 빠집니다. 이 전 의원이 이미 혼례를 치른 장남의 혼인신고를 늦추고 서류상 미혼 상태를 유지해 가점을 높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이 전 의원은 청문회에서 "두 사람(장남 부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당시 저희는 그 혼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수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같은 자리에서 증인으로 나와 "국회나 언론 등에서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부정청약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0억원대였지만 주변 시세는 현재 7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분양 당첨 뒤 시세가 분양가의 두 배를 넘어선 겁니다. 이 전 의원 가족이 전입·전출 신고를 청약 일정에 맞춰 조율한 정황도 드러나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경법 사기 적용되면 중형…법리 다툼 여지도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부동산 매매 서류와 금융 거래 내역, 통신 자료 등을 들여다본 뒤 이 전 의원을 피의자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7건의 의혹에는 부정청약뿐 아니라 보좌진 갑질, 증여세 관련 혐의도 함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적용 혐의 가운데 쟁점은 특경법상 사기 혐의입니다. 특경법은 이득액 규모에 따라 형량이 달라집니다.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해당합니다. 다만 아파트 시세 상승분을 '부정행위로 인한 이득'으로 산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는 법조계 안에서도 해석이 엇갈립니다.
 
주택법 위반도 함께 거론됩니다. 주택법 제65조는 허위 또는 부정한 수단으로 주택을 공급받은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청약으로 판명되면 당첨 자체가 무효화되는 동시에 형사처벌도 뒤따릅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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