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랠리에 예금기관 수신방어 총력전
2026-03-09 14:40:59 2026-03-09 17:42:42
 
[뉴스토마토 유영진·이지유 기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기관들이 수신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939조2863억원에서 936조8730억원으로 한 달 새 2조4133억원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 잔액도 674조84억원에서 651조5379억원으로 22조4705억원 줄었습니다. 요구불예금 감소 폭은 2024년 7월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큰 수준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금이 예금에서 증권시장으로 이동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 대기성 자금이 은행 예금 대신 증권 계좌로 이동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요구불예금 감소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큰 지표로 꼽힙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낮아 은행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저원가성 자금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금이 줄어들면 은행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이나 시장성 자금으로 이를 대체해야 하며 이는 조달 비용 상승과 예대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인상하며 수신 방어에 나섰습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일 정기예금 상품 'NH올원e예금' 기본금리를 2.90%에서 3.05%로 0.15%p 인상했습니다. 회전형 상품인 'NH왈츠회전예금Ⅱ'도 금리를 2.95%에서 3.0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같은 날 하나은행도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기존 2.85%에서 2.90%로 상향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80%에서 2.90%로 0.10%p 인상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0.05%p 올려 2.90%로 조정했습니다.
 
금리 인상과 함께 상품 전략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들은 주가지수 변동에 연동되면서도 원금이 보장되는 지수연동예금(ELD) 상품을 확대하며 증시와 예금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객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추려는 보수적인 투자 성향의 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략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고객층에게는 ELD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어 일정 부분 고객 이탈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부담이 더 큰 상황입니다. 개인 고객 이탈뿐 아니라 지방 경기 둔화와 기업 감소 영향까지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구불예금은 개인 급여 통장뿐 아니라 법인과 기업의 수시 입출식 자금 비중도 높아 지역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지방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세운 특판 상품을 통해 수신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전북은행의 'JB123 정기예금'은 최고 연 3.10% 금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남은행의 'The든든예금' 역시 연 3.00% 수준 금리를 제시하며 시중은행 상품 대비 높은 금리를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예금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은 금리 조정과 상품 다양화, 특판 예금 등을 통해 자금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저축은행들도 수신 잔액이 빠르게 줄어들자 예금과 파킹통장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98조9787억원으로 같은 해 9월보다 7조원 넘게 감소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예대율 규제를 맞추고 향후 자산 운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은 파킹통장 상품인 '웰컴 주거래통장'의 최대금리를 기존 2.8%에서 3.0%로 0.2%p 인상했습니다. 파킹통장은 소액까지만 최대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이 상품은 예치금 1억원까지 동일하게 최대금리를 제공합니다.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파킹통장 상품인 '고수익자유예금' 금리를 기존 0.8%에서 2.8%로 2.0%p 인상했습니다. DB저축은행은 모바일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금리 3.5%를 제공하는 'DB행복파킹통장'을 출시했습니다. 500만원 이하 예치 고객에게는 기본금리 2.3%에 우대금리 1.2%를 더해 최대 3.5% 금리를 제공합니다.
 
정기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09%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1월 2.67%까지 떨어졌지만 연말 증시 랠리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자 금리를 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시기에 판매했던 상품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주식시장 열풍까지 겹치면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며 "예대율을 맞추고 향후 자산운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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