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으며 고강도 근무를 하는 현장 경찰관들이 형평성에 맞는 휴일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피로도가 가장 높은 휴일근무나 야간근무에 투입되더라도, 구시대적인 '수당병급금지' 조항 탓에 △휴일 수당 △초과근무 수당 △야간 수당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실정인 겁니다. 이로 인해 경찰이 조직을 떠나는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대한민국 치안 서비스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당한 보상 체계를 만들어 경찰 조직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11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경찰공무원휴일(초과/야간)수당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11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경찰공무원 휴일 수당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선 비현실적인 경찰의 보상 체계에 관해 문제점을 짚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선 특히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인 수당병급금지 조항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우선 발제를 맡은 강소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은 수당병급금지 조항으로 휴일 수당, 초과근무 수당, 야간 수당을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면서 "수당병급금지는 민간에선 이미 폐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낮은 보상 체계로 인해 경찰을 그만두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강 교수가 현직 경찰 1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7.5%는 '현재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회가 되면 경찰을 그만두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직을 고려하는 원인으로는 50.6%가 낮은 보수, 38.2%가 업무로 인한 건강 문제를 꼽았습니다. 고강도 업무로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겪지만,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0년 미만 경찰 퇴직자 수는 331명이었습니다. 2020년 111명 대비 3배가량 급증한 겁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수영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자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 최종 사망 확인까지 하는 등 고강도의 업무를 맡는 경찰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과 치료 제공이 절실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나아가 디지털, 마약, 스토킹 등 범죄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경찰의 초과근무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민간에서 일반화된 '가산임금 지급원칙'(노동자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를 한 경우 통상임금에 가산율을 곱한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을 적용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춘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야간근무는 건강 악화의 위험을, 휴일근무는 사회·가정 생활 제한이라는 희생을 요구한다. 경찰에게 이런 희생을 요구하면서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라며 "헌법은 근로 내용과 성질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현재 보상 체계는 이러한 법률적 원리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상 체계 개선안으로는 '휴일 연장 수당'과 '휴일 야간 수당'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백록영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외협력팀장은 "현행 공무원 수당 체계에선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가 별도 유형으로 분리되지 않은 만큼 이를 분리한 가산임금을 규정해야 한다"며 "법정 휴일 또는 대체 휴일에 이뤄진 근무 중 1일 기준 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무에 대해선 휴일 연장 수당으로, 휴일 야간시간대 근무한 경우에는 휴일 야간근무로 판단해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는 단순 수당 인상이 아닌, 지금까지 '당연한 희생'으로 취급되던 휴일과 야간근무에 대한 제도적 보상"이라며 "건강한 경찰 조직 구축으로 국민이 받는 공공서비스의 질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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