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넘긴 진원생명과학, 파라택시스 전철 밟나
유상증자 대금 81억원 납입 이후 최대주주 교체
전액 운영자금…"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2026-02-11 15:48:53 2026-02-11 15:48:53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스피 상장사 진원생명과학(011000)의 경영권을 손에 쥔 동반성장투자조합 제1호(이하 조합)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까지 사정권에 뒀습니다.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최대주주 등극으로 바이오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뗀 이전 사례가 반복될지 우려가 제기됩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9일 조합을 상대로 약 8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대금 납입일은 오는 25일입니다.
 
조합을 대상으로 한 진원생명과학의 유증 공시는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첫 공시는 작년 9월23일이었습니다. 당시 진원생명과학은 유증을 통해 운영자금 1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후 진원생명과학은 유증 대금을 81억원으로 늘리면서 자금조달처도 여러 곳을 수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조합이 대금을 늘리고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면서까지 유증을 성사시키려는 이유는 최대주주 때문입니다. 조합은 지난해 8월 임시주주총회을 통해 진원생명과학 경영권을 확보하고 2대주주에 등극했으나, 최대주주 자리는 꿰차지 못했습니다. 작년 3분기 기준 진원생명과학 최대주주는 지분율 7.03%의 박영근 전 대표입니다.
 
유증을 통한 최대주주 등극은 조합이 향후 진원생명과학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그린 밑바탕입니다.
 
통상 바이오기업의 최대주주가 바뀌면 외부 투자를 통한 연구개발 자금 확보도 수반되는데, 진원생명과학 사정은 다릅니다. 진원생명과학 경영권을 행사하는 조합이 최대주주 등극을 위한 유상증자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수차례 연기했고, 이 때문에 시장 내 우려가 생겨난 겁니다. 조합이 유증 대금 조달처를 바꿔가면서 증자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시장 불신을 해소하고, 최대주주에 오른 뒤 신규 투자를 끌어오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조합이 유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최대주주 자리에 앉는다 해도 외부 투자가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연구개발이 성과를 내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바이오업 특성상 대다수 기업은 자체 매출원뿐 아니라 외부 투자로도 자금을 마련합니다. 진원생명과학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자본금마저 전년 말 856억원에서 554억원으로 300억원 가까이 증발해 수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조건은 최대주주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입니다. 시장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조합이 바이오기업을 경영할 능력을 갖췄다는 시장 내 평가가 보장되지 않은 탓입니다. 진원생명과학이 이번 유증 공시에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장기 투자 의향과 납입(예정)일까지 자금조달 능력 등을 확인했다"며 조합을 제3자배정 대상자로 삼은 이유를 든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IB 관계자는 "조합이 자체 자금을 동원해 진원생명과학 최대주주에 올라서는 게 가장 깔끔한 그림이었다"며 "기존 파이프라인 개발이든 새로운 사업이든 진행하려면 외부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 하는데 바이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차기 최대주주가 유증마저 순조롭게 풀어내지 못해 시장 평가는 박하다"고 귀띔했습니다.
 
유증으로 들여올 81억원의 용처도 투자자들을 움직이긴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진원생명과학은 유증 대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미국 자회사 VGXI도 구조조정을 단행할 만큼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운영자금 81억원으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까지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VGXI에서 인원을 감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원생명과학 자체 파이프라인에 VGXI 시설 보수, 신규 채용 등에 투입하기엔 81억원은 역부족"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원생명과학이 유증 이후 자금난으로 연구개발에서 진척을 내지 못할 경우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실상 바이오사업에서 손을 뗀 파라택시스코리아(288330)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등장합니다.
 
파라택시스코리아 전신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임상시험 실패 후 작년 6월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와 경영권 변경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는 미국 파라택시스 캐피털 매니지먼트(PCM)의 디지털자산 헤지펀드 계열사 파라택시스 홀딩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입니다. 파라택시스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인수 이후 이정규 창업주를 중심으로 바이오사업을 영위한다고 했으나 이사회 구성, 인력 변동 등의 상황을 놓고 보면 추가 파이프라인 연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파라택시스코리아는 "현 시점에서 연구직 신규 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이사회 내 추가적인 바이오 전문가 영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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