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가 적군을 우군으로 만드는 법 (1)
호기심과 AI가 만든 난치성 질환 이야기②
2026-02-11 12:00:00 2026-02-11 14:54:03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암세포는 우리 몸의 정상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의 돌연변이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말씀드리면, 정상인들에게도 암세포는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정상인의 경우, 대부분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기전에 의해 발견되어 제거됩니다.
암세포는 우리 몸의 정상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어되지 못하고 계속 분화하는 세포입니다. 달리 말하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암세포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때 대부분 암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기전에 의해 발견되어 제거됩니다.
 
문제는 우리 몸의 면역기전을 회피하는 암세포들이지요. 그런데 암세포는 어떻게 우리 몸의 면역기전, 즉 적군을 피해 나가고 아예 우군으로까지 만들 수 있을까요? 암세포는 단순히 무한히 증식하는 세포 덩어리가 아닙니다. 암은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을 유리하게 바꾸는 능력, 즉 ‘환경 조성 능력’을 갖춘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너지 대사가 있습니다. 이것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암세포의 에너지 전환 과정, 글리콜리시스
 
앞의 글에서 얘기했듯이 우리 몸속 세포들의 에너지는 ATP,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는 발전 과정은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하는 옥스포스(Oxphos)와 세포질을 활용하는 글리콜리시스(glycolysis), 두 가지 과정입니다. 
 
정상세포는 충분한 산소가 공급될 때,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한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를 통해 ATP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냅니다. 반면 많은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해당(解糖) 과정(glycolysis)의 비중을 높이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잘 알려진 워버그 효과(Warburg effect)입니다. 이 현상은 암세포가 일부러 비효율적인 길을 택한다기보다는, 종양 내부의 저산소 환경 빠른 증식을 위한 핵산·지질 합성 수요 증가가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암세포의 생존 전략이 결과적으로는 주변의 우군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즉, 자신이 빨리 성장하기 위해 해당 과정을 통해 AT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젖산 등이 주변의 우군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해당 과정이 정상적인 옥스포스보다 연료인 포도당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지만, 암세포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른 정상세포들이 사용할 포도당을 앞당겨 끌어와 사용하면 되니까요. 젊은 분들이 암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암의 진행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젊은 분들이 영양분 섭취가 암세포를 빨리 키우는 연료로 활용되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요?
 
암의 첫 번째 지원군, 대식세포
 
암이 첫 번째로 꼬시는 지원군은 대식세포(macro-phage)입니다. ‘크다’(macro)라는 말과 희랍어 ‘먹다(phage)’라는 말의 합성어입니다. 대식세포는 태아 줄기세포가 분화하여 몸의 각 장기를 구성할 때 미리부터 파견되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의 첨병 역할을 부여받은 보조 세포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우리 몸에 각 기관들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도록 외부 침입자가 있으면 이를 먼저 확인하고 백혈구를 통해 오는 T세포 등 면역세포들을 활용해 제거해주는 것이 주임무라고 하지요. 대식세포가 최전방에 배치된 상시 수색대 역할을 하면서, 후방의 전투 전력인 백혈구의 면역세포들을 지휘하는 셈이지요. 
 
그런데 이 대식세포도 활동을 위해서는 에너지인 ATP가 필요합니다. 젖산이 풍부하고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대식세포가 점차 해당 작용을 통해 ATP를 생산하고 암에게 조정되는 대식세포(TAM: Tumor-associated macrophage)로 서서히 바뀌게 됩니다. 대식세포 입장에서 암세포가 공급하는 젖산은 성경에서 나오는 ‘만나’와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암세포가 이 ‘만나’와 함께 ‘나는 네 적군이 아니다’라는 신호 물질도 보낸다고 합니다.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첫 단계입니다.
 
암세포의 두번째 지원군, 조절T세포
 
대식세포 말고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보조 세포가 또 있습니다. 바로 작년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가 찾아낸 '조절 T세포(Treg)'입니다. 정식 이름은 T세포를 조절(regulation)한다고 해서 ‘Regulatory T-Cell’입니다. 
 
조절 T세포는 면역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것이 주임무이므로, 보통은 암세포 주변에 많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T세포가 암세포를 적으로 생각해서 공격하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이에 제동을 걸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 조절 T세포도 암세포가 만들어낸 젖산을 좋아합니다. 대식세포와 마찬가지지요. 젖산이 풍부하고 산성화된 환경은 조절 T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유리하게 합니다. 그 결과 종양 주변에는 면역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가 과도하게 축적됩니다. 암세포는 면역 첨병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를 속이는 한편, 조절 T세포들을 불러 모아 T세포 등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작동을 못 하게 2중 막을 쳐놓는 셈입니다. 상주 수색대도 이동 수색대도 암세포가 쳐놓은 달콤한 ‘만나’를 덥썩 받아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식세포도 조절 T세포도 ‘만나’를 한 번 맛보았다고 바로 암세포가 쳐놓은 덫(?)에 걸렸다고는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대식세포, 조절 T세포 모두 처음에는 젖산을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미토콘드리아 발전소를 이용하는 상황이니까요. 문제는 이들이 아예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하지 않은 (세포질을 이용하는)  ATP 발전 시스템으로 고착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때입니다. 이를 우리는 병리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식세포나 조절 T세포 등 면역 첨병을 하는 보조 세포들에게 산소 공급이 극히 부족해지거나 아예 공급이 끊긴 상테에서 발생합니다. 
 
이러한 ‘악마적’(암세포에게는 매우 유리한) 상황을 위해 암세포는 또 다른 우군을 필요로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공동대표 겸 회장/ chow4241@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