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차량을 전문적으로 위탁 생산·공급하는 전략을 수립한 가운데, 구글 웨이모와의 대규모 납품 계약, 엔비디아의 오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플랫폼 ‘알파마요’ 도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위탁생산을 뜻하는 ‘파운드리’처럼 이른바 ‘자율주행 파운드리’ 기업을 표방한 셈인데, 자체 개발 속도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 최고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재편에 뛰어든다는 포석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모셔널과 함께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 (사진=현대차)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8년까지 구글 웨이모에 아이오닉5 기반 6세대 자율주행 차량 5만대 공급을 추진 중입니다. 공급이 이뤄질 경우 한 대당 가격이 5만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게 됩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6개 도시에서 주당 45만건 이상의 무인 주행을 기록하며 로보택시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대규모 납품 계약을 따내 자율주행 파운드리 성과로 삼아 안정적인 공급 파트너 지위를 확보하는 한편, 신규 수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18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웨이모는 23조원을 자율주행 차량 구입 등에 쓰고 있습니다. 서비스 지역도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연말까지 미국 대도시 전역과 영국 런던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가 공급는 아이오닉5는 하드웨어 이중화, 전동식 도어 같은 자율주행 특화 사양을 적용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CES 2026에서 공개된 엔비디아의 오픈 자율주행 AI 플랫폼 알파마요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알파마요는 비전-언어-액션(VLA) 기술 기반의 개방형 AI로, 자율주행 업계에서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00억개 매개변수로 구성됐고 25개국 2500개 이상 도시에서 1727시간 분량의 주행 데이터로 학습한 것이 특징입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자율주행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으며, 정의선 회장도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직접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 회장은 CES 기간 열린 그룹 최고전략회의에서 “알파마요와의 협업을 시도해보라”고 임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도로에 나온 웨이모의 완전 무인 차량 내부. (사진=뉴시스)
현대차 내부에서는 자체 개발 중인 포티투닷과 알파마요를 병행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분위기입니다. 알파마요의 핵심 강점은 AI가 주행 경로를 판단하기까지의 생각 단계를 역추적하는 기능으로, 학습 경험을 벗어난 생소한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자율주행의 최대 난제인 롱테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됩니다.
현대차의 전략은 알파마요를 통해 테슬라와 웨이모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웨이모 납품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전 데이터를 자체 기술 고도화에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현대차가 단순 완성차 제조사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위한 하드웨어 파운드리로 포지셔닝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율주행 파운드리 개념은 반도체 업계의 파운드리 모델에서 유래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 완성차업체가 이를 탑재할 하드웨어 플랫폼을 전문적으로 생산·공급하는 구조입니다. 테슬라가 자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수직 계열화하는 것과 달리, 현대차는 제조 역량을 무기로 다양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업계에서는 웨이모 납품이 단기 수익과 시장 진입을, 알파마요 도입이 장기 경쟁력 확보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아울러 완성차 제조 역량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해 자율주행 시장 재편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인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제조 경쟁력을 무기로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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