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장만 5차례…'무인기 미스터리'
북 담화 4시간 만에 대통령 '직접 지시'…김여정 "현명한 선택" 조롱
2026-01-12 16:53:14 2026-01-12 17:05:4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우리 정부가 '한국의 무인기가 북한 영공에 침범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공식 입장만 다섯 차례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다급한 진화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즉각적인 군·경 합동수사팀 구성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개최했는데요. 일각에선 정부의 과도한 대응으로 인해 자칫 북한이 의도한 대로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북한이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1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국방·통일부에 청와대까지 '총출동'
 
12일 청와대와 국방부·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무인기' 관련 주장 이후 이날까지 우리 정부의 입장 발표는 총 다섯 차례에 달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 오전 6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성명입니다. 그는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데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해 9월과 이달 4일에 한국이 무인기를 침투시켰고, 이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서울의 불량배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국경 부근에서 한국 것들의 무인기 도발 행위는 계속됐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시간과 위치 등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앞에서는 우리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바늘 끝만 한 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에 대한 도발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한국이라는 정체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데 또다시 도움을 주었다"고 적었습니다.
 
북한이 직접 이재명정부의 '대화 의지'를 비꼬는 성명을 발표한 뒤, 우리 정부는 지난 10일에만 총 4차례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주체도 국방부와 통일부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는 모양새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 4시간 만에 국방부는 "우리 군이 북한이 주장하는 일자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이미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상태였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직접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는데요. 안 장관은 "계엄의 악몽이 엊그제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라며 "그날 드론작전사령부와 지상작전사령부, 해병대사령부에서도 비행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4시 국방부는 재차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주장과 관련한 1차 조사를 마친 직후입니다.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무인기 관련 북 총참모부 성명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통해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발표한 일자의 해당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 영역에서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정부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북한을 도발하거나 자극할 의도가 없으며,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통일부에서도 김남중 차관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하며 "유관기관과 함께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조성을 위해 일관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청와대 대변인실은 오후 9시께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이 군·경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신속 엄정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즉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는 다섯 차례지만, 안 장관의 별도 인터뷰와 부처별 별도 브리핑 및 청와대의 사후 대처까지 포함하면 정부 대응은 더 많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합동조사 TF '속도'…"북한 의도대로"
 
하지만 다음날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문을 통해 "명백한 것은 한국발 무인기가 우리 국가의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라며 "한국이 앞으로도 우리에 대하여 도발을 선택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끔찍한 사태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같은 날 언론 공지를 통해 "정부는 북측에 대한 도발이나 자극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며 "정부는 이번 무인기 사안에 대해 군의 1차 조사에 이어 군·경 합동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공식 입장 외에도 국방부 자체 조사뿐 아니라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NSC를 열며 즉각 대응했습니다. 11일 오후에는 국방부·합참·통일부 등 관계 기관 합동 회의도 열었습니다. 경찰청은 이날 이 대통령의 지시대로 '군·경합동조사TF(태스크포스)'를 구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조치가 다급한 모양새를 띠는 건 이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을 통해 살리려던 남북 대화의 불씨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건설적 역할과 '창의적 방안'을 제안한 상황에서, 자칫 무인기가 남북 관계 경색을 더욱 냉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 정부가 북한의 두 차례 담화에 민감하게 대응한 것을 두고 우려도 나옵니다. 민간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에 수차례 입장 발표와 NSC 개최까지 이어지면서, 북한이 의도한 대로 끌려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국방부의 발표를 '현명한 선택'이라며 조롱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충형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이렇게 '저자세'로 나서는 것은 '북한 앞에 서면 작아지는' 굴욕적인 대처"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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