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새해 생산적 금융 실현을 위한 기업금융 확대 경쟁에 나설 전망입니다. 작년 조직개편을 마친 이들 지주는 가계대출 중심의 기존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대출과 투자금융(IB)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입니다.
4대 지주, 조직개편 마치고 생산적금융 본격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기업금융을 핵심으로 하는 생산적 금융 강화 채비를 마친 만큼 올해 본격적인 생산적 금융에 나설 계획입니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정부가 제시한 금융정책 방향입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집중된 자금 흐름을 산업으로 전환해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내용입니다.
KB금융은 CIB마켓부문을 신설해 기업금융과 자본시장을 연계하는 전략적 컨트롤타워를 구축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김성현 전 KB증권 대표를 부문장으로 배치해 기업투자금융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새로 만들어 여신 관리와 심사 체계를 재편했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신 AI 기술의 발전과 금융 패러다임 변화가 일고 있는 만큼 사업 방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전문적인 사업성 평과와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고 자산·부채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자본 효율적 IB 비즈니스로 체질을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전략 실행에 나섰습니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여신그룹 내 생산포용금융부를 신설해 제도 설계와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도록 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해 경제 선순환을 지원할 것"이라며 "금융 환경 변화에 맞춰 민첩한 대응과 함께 AI 창구 등 미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기존 CIB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분리해 생산적 금융 중심 체계로 재편했습니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도 IB그룹 산하 투자금융본부를 생산적투자본부로 전환했습니다. 동시에 소비자보호그룹장의 직급을 부행장으로 격상하는 등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기능도 강화했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전문 조직으로 전환, IB, 기업금융 등 심사,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와 관련 프로세스의 재설계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청라 이전으로 역량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금융은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전략에 맞춰 계열사 간 투자 협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내 생산적금융투자부를 신설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IB그룹과 기업그룹에는 각각 투·융자 전담 조직을 배치하고, 인공지능(AI)·반도체·이차전지 등 10대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 발맞춰 당행이 강점으로 축적해온 기업금융 역량을 확장하는 '우리 첨단선도업 대출'을 금일 출시했다"면서 "첨단산업 영위 기업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기업금융 중심으로 방향을 틀게 된 배경에는 단순히 생산적 금융만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잇달아 조이면서 개인 고객 여신 부문에서 영업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생산적금융, 수익성·리스크 관리 관건
은행들은 우선 정부 기조에 맞춰 생산적 금융 전환에 나서긴 했지만,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고민이 큰 모습입니다. 가계대출 중심의 안정적인 이자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대출과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졌다는 견해입니다.
변수는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원달러환율 추이입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이 커졌고 대형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등장으로 수신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여기에 1400원 중반을 웃도는 원달러환율은 보통주자본(CET1) 비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통상 원달러환율이 상승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은행 CET1은 하락하는 관계로, 환율 10원 상승 시 CET1 비율이 약 0.01~0.03%p 하락할 수 있어 금융지주들의 자본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집니다.
업계에서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대출과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과 투자를 늘릴수록 RWA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에서 모험자본으로의 자금 이동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적 금융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올해 은행권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대 금융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새해 들어 기업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며 치열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정부의 상생금융·생산적금융 기조에 맞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가계대출 중심의 기존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대출과 투자금융(IB)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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