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손범규 전 국민의힘 대변인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직접 목격한 동석자가 "손 전 대변인이 피해자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감싸안는 자세로 노래 부르는 걸 똑똑히 봤다. 너무 불쾌해서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는 손 전 대변인이 "동석자들이 모두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다'라고 했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입니다.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2월17일 인천 남동구의 한 라이브 주점에 함께 손 전 대변인, 피해자 A와 함께 있었던 B씨는 손 전 대변인이 A씨 했던 신체접촉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습니다. B씨는 "그걸(손 전 대변인의 모습) 보고 꼴 보기 싫어 먼저 나왔다"라며 "내가 (라이브 주점을) 나오기 전까지 그런 일이 있었던 건 맞다"라고 했습니다.
손범규 국민의힘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이 지난 7월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6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 전 대변인이 연루된 성추행 의혹은 지난 2023년 2월17일로 거슬로 올라갑니다. 당시 손 전 대변인은 인천시청 홍보특보였는데, 인천 남동구의원들과 저녁을 먹은 후 라이브 주점으로 옮겨 2차를 했습니다. 당시 식사와 2차엔 남동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 가운데 6명이 참석했습니다. 당시 자리엔 손 전 대변인의 부하 직원인 팀장 1명도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차 라이브 주점에서 손 전 대변인은 노래를 부르던 A씨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이런 내용을 지난 9월11일 <
(단독)국민의힘 성비위 의혹 내부고발 '침묵'...2차 가해 방조>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A씨는 9월15일 손 전 대변인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했고, 윤리위에서도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11월 초 그를 고소하기로 했습니다. 본지는 9월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후 8차례의 연속 기사를 통해 해당 의혹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손범규 "노래 안 불러" 대 동석자 "다 같이 불렀다"
그런데 <뉴스토마토>가 9월11일 첫 보도를 전인 9월9일인 손 전 대변인은 본지에 "(2차 라이브 주점에선)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 하고 뭐 아니면 누구 하고라도 나가서 노래 같이 마이크 잡고 부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앉아서 박수 치고 그랬을 거"라며 "단언컨대 저는 그런 자리에서 노래 부르지 않아요"라고도 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본지가 기사를 내기 전 손 전 대변인의 입장과 반론을 듣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동석자 B씨의 기억은 손 전 대변인의 입장과 다릅니다. B씨는 "손 전 대변인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라면서 "노래는 (2차를 간) 모든 참석자가 다 불렀다. 다 같이 불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석자 "손범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한 사람"
B씨는 손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2023년 2월17일 술자리 이후 2년9개월 넘게 침묵했던 이유에 관해선 "그전까지는 나도 당(국민의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못 봤다'라고 했다. 그리고 사실 2차 자리를 먼저 나와버렸기 때문에 못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B씨가 증언을 결심한 계기는 지난 7일 손 전 대변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 때문입니다.
당시 손 전 대변인은 성추행 의혹으로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직후 SNS를 통해 '국민의힘 대변인을 사임했습니다. 은혜로워야 할 주일이고 생일에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한번 죽었습니다. 다시 사는 오늘부터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이에 대해 B씨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힘들게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나도 (손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숨기고 사는 시간 동안 개인적 일도 겹치고 힘들었다. (손 전 대변인이)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 보고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손범규, 당협 회의서 'A와 함께 안 가겠다' 말해"
B씨는 아울러 피해자 A씨에 대한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차원의 조직적 2차 가해가 있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손 전 대변인은 지난해 5월부터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B씨는 "올해 21대 대선을 앞둔 당협 회의에서 손 전 대변인이 'A씨와 함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인 회의 자리에서 특정인을 거론하며 대놓고 배제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당협 사람들은 (손 전 대변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그동안 당연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손 전 대변인은 지난 12월9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만약 2차 라이브 주점 동석자 중 누군가가 (성추행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본인의 양심에 따라 하는 것이다. 9회 지방선거가 가까워 오니까 제가 대변인을 사임한 걸로 한 명 정도 그렇게 변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이라며 답을 피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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