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 문명과 라오인 이야기)(32)라오스는 안전한가?
캄보디아 단속 이후 번진 라오스 치안 불안론
유일당 체제가 만든 라오스 '안전한' 치안 구조
골든트라이앵글 특구 지배하는 자오웨이
2025-11-25 06:00:00 2025-11-25 06:00:00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 일반적으로 태국과 베트남을 떠올리게 합니다. 온화한 기후 탓에 전 세계 최고의 휴양 국가이자 관광 국가로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들과 맞닿아 있는 인도차이나반도 유일의 내륙 국가 '라오스'. 낯선 만큼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그 속살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와 많은 부분이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의 글로벌 프로젝트 '은사마'가 주목하는 해외 거점 국가 라오스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라오스 이동과 치안 불안
 
한국 대학생이 캄보디아 웬치(범죄단지)에서 고문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10월 중순 캄보디아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범죄 조직들이 육로를 통해 인접국인 라오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트남 서부로 이동하고 있는 범죄 조직들도 최종 행선지는 라오스 남부일 것이라는 추측이 덧붙여졌다. 이런 추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라오스 남부인 짬빠싹주 접경지대가 험지여서 접근이 쉽지 않고 경계가 허술해서 범죄 조직들이 대안으로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런 보도가 연일 증폭되면서 지인들이 안부를 내게 물어오는 일이 잦아졌다. "주변에서 라오스 여행을 만류하는데, 정말로 라오스 치안이 심각한 상태냐"고 물어오는 지인들까지 생겼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주변인들도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에 라오스 여행을 포기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졌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을 라오스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이런 억측들이 위화감으로 다가온다. 남북이 휴전 중인 한국이 위험할까 봐 여행이 꺼려진다는 외국인을 보는 느낌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다음 정도의 치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라오스의 치안
 
몽족 아이 둘의 소년단식 인사. (사진=우희철)
 
라오스는 유일당인 인민혁명당이 지배한다. 경찰이 정말 많다. 교통 단속도 혼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최소 3명이 함께 진행한다. 보직도 다양해 경제 담당 경찰, 관광 경찰이 따로 있고, 지역에는 인민위원회 소속 경찰이 별도로 존재한다. 방범대와 비슷해서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다. 
 
라오스에 산다면 좋거나 싫거나 인민위원회의 대표인 '나이반'을 자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전입 신고를 해야 하고, 주민세를 걷는 것도 이들이라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 사업을 하게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이들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개인 간의 거래에도 이들이 최소한 보증인으로 입회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 역시 서류처리 과정에서 신발값이나 도장값이 생기니 열심히 찾아온다. 명절 전에 돌면서 '떡값'을 걷기도 한다. 
 
외국인이라면 정복을 입지 않은 비밀경찰이 특별히 주시하고 있다. 유일당은 이질적인 요소를 싫어한다. 공동체가 강하고 별다른 놀거리도 없으니 이웃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 재간이 없다. 라오인은 잘못 걸려온 전화에도 한참 통화를 하다가 아쉽다는 듯이 수화기를 내려놓는 사람들이다. 
 
라오스 오지나 인적이 없는 곳에 범죄단지 같은 치외법권지대가 성립할 것이라는 예측이나 분석은 국외자의 상상일 뿐이다. 혼자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곳에 많이 가보게 되지만, 오지일수록 촌장이나 나이반의 허락을 받아야만 마을에서 잠자리라도 마련할 수 있다. 산악 지대 외진 곳은 아예 군이 통제하는 곳도 많다. 수도에서 제일 가까운 오지라 할 수 있는 물소뿔산 국립공원의 푸카오쿠와이 같은 곳을 넘어가려면 최소 4번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내전의 본거지였던 싸이쏨분주로 바이크 여행을 갔다가 목적지 도착 전에 군인들에게 제지를 받고 돌아가야 했던 때도 있었다. 
 
유일당이 지배하는 곳은 치안이 나쁠 수가 없다. 다른 권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당의 비호가 없다면 밤을 지배하는 것도, 음지를 지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라오스에 치외법권지대는 아예 별도로 '특구'로 존재하고, 치안은 특구 '행정위원회'에 넘겨주었다. 
 
골든트라이앵글 지배자, 자오웨이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 특구 모습. (이미지=제미나이)
 
자오웨이는 1952년생으로 중국 헤이룽장성 태생이다. 그는 목재상으로 돈을 벌어 영주권을 갖고 있는 마카오에서 카지노 투자를 시작했다. 2001년 미얀마 샨주로 이사하면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과 인연을 맺고 몽라에서 카지노 프랜차이즈를 설립했다. 자오의 고객은 중국인들이었는데, 2005년 공무원들이 국가 자금으로 도박을 했다는 보고에 따라 중국 당국은 몽라를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자오가 운영하던 카지노는 문을 닫게 되었다. 
 
라오스 정부는 위기에 처한 자오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자오는 보께오주에 골든트라이앵글 특별경제구역을 설립하기 위한 99년 임대 계약을 라오스 정부와 체결했다. 자오는 2020년에 해당 특구에 5000만달러를 들여 항구 건설을 시작했고, 2024년에는 2억2500만달러 프로젝트로 보께오 공항을 개항했다. 특구에는 자오의 회사인 '킹스 로만스 카지노', 호텔, 심지어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서 있다. 여기까지라면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역 관점에서 보자면 자오는 20세기 샨족 대통령을 자처했던 '마약왕 쿤사'의 21세기 버전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킹스 로만스 카지노의 소유주를 '자오웨이 국제범죄집단(Zhao Wei TCO)'으로 지정했다. 미국 당국은 자오가 마약 밀매, 인신매매, 자금 세탁, 뇌물 수수, 야생동물 밀매 등에 관여하고 있으며, 범죄 활동 대부분은 그의 카지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자오웨이 국제범죄집단이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와방연합군(United Wa Army)'을 포함한 불법 조직을 위해 헤로인·메스암페타민 등 마약의 저장 및 유통을 지원하고 있다. 쿤사가 샨족을 기반으로 아편을 생산했다면 자오는 와족을 기반으로 마약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군벌이 쿤사의 군사 조직에 대한 대항마로 와방연합군을 활용하면서 그 세력은 크게 확대되었고, 이 과정에서 와방연합군은 본거지와 분리된 태국 북부와 인접한 미얀마 땅을 점령해 영토로 삼았다. 미얀마 정부군이 퇴거를 요구했으나 이는 거부됐고, 태국에도 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쿤사가 태국 북부와 미얀마를 점령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자오가 쿤사와 다른 것은 정치가형 마약왕이 아니라 기업가형이라는 점이다. 그는 특구라는 근거지가 있고, 라오스 정부가 특구 행정위원회에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해주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쿤사와 달리 자체 무장병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라오스 정부와 이익을 나눠야 하지만 군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하다. 
 
미국의 범죄단체 지정에 대해 자오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투자가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라오스 정부는 국제적인 시선을 의식해 특구 내 야생동물 상점에 대해 폐쇄 조치 정도를 취했을 뿐이다. 미국은 쿤사 때와 달리 자오웨이에 대해 군사적 대응이 아닌 경제적 제재를 집중적으로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취업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은 위험한 범죄 도시이므로 자발적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중국·미얀마·태국·라오스 어느 국가의 행정력도 닿지 않는 국가권력의 공백 지대였기 때문에 생겨났다. 미얀마 지역은 여전히 불안정한 안갯속에 있고, 라오스는 실속을 챙기며 계륵 같은 공간에 대한 관리를 자오웨이에게 넘긴 셈이다. 말 그대로 특수한 구역이다. 
 
미얀마 와족 자치 구역은 둘로 분리되어 분쟁에 쉽게 휘말릴 수 있다. (이미지=제미나이)

라오스=프리랜서 작가 '제국몽'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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