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스타트업이 성공하면 지역 소멸은 해결된다
2025-11-24 06:00:00 2025-11-24 06:00:00
대한민국 인구가 서울 경기권으로 집중되며 지역 소멸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2대 도시인 부산광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광역시 인구는 1995년 38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며 2025년 4월 기준 325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20~39살 여성 인구수를 65살 이상 인구수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논문 ‘2024: 광역대도시로 확산하는 소멸위험’을 보면 부산의 소멸위험지수는 0.490으로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제는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인수소멸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입증하며, 부산은 이른바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 소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경제 및 산업·일자리 기반 위축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부산의 경우, 2023년 총자산 기준 우리나라 1000대 기업 중 부산 소재 기업은 고작 31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첨단산업보다는 1차 금속, 식료품 제조업, 섬유의복, 운수창고업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도 고향인 부산에 머무르고 싶지만 일자리를 찾아 서울 경기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소멸은 지역 내 빈집, 폐교 등이 발생하며 정주 기반을 와해시키고, 주민의 생활 불편과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문제점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치료 가능함에도 적기에 대응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지표인 ‘치료가능사망률’의 경우 2018년 기준 경북 영양군이 서울 강남구에 비해 3.6배나 높다. '생활사막'이란 말을 들어 보았는가? 인프라 시설 부족으로 인한 생활 취역 지역을 의미하는 생활사막은 지방 소멸로 인해 그 범위와 심각성이 가속화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보건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대중교통·식당·세탁소 등 생활서비스 공급이 끊기게 되고 결국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인구 유출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부산의 ‘소멸위험지수’는 0.490으로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미세먼지로 부산 도심이 뿌옇게 변해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그동안 다양한 지역 소멸 해소 정책을 시도해왔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사회정책도 그 하나인데 이는 비단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문제에 대한 해소 정책이므로 지역 소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시작한 혁신도시 건설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며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혁신도시 정책은 인근 구도심에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풍선효과에 불과하며, 상당수의 공공기관 직원들이 수도권에서 주말 부부로 살며 코레일만 배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사실상 지역 소멸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지역 소멸 해소를 위한 그동안의 정부 정책들을 살펴보며 인위적인 지방 이전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강제적인 공공기관 이전,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한 민간기업 이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국고보조금 제도 등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방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자발적으로 지역 경제와 산업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사람들이 몰리고 사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이런 방향의 해결책을 고민해 제시했으면 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스타트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제안한다. 과거 제조업 주도의 경제성장 시대에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서울을 위시한 대도시에 조성됐다. 그 결과 서울의 대기업들이 지역 인구를 흡수하며, 공공기관·금융기관·교육기관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러나 현재의 4차 산업 시대에는 대기업보다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삼성전자와 견줄 수 있는 규모와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을 과거에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AI 시대가 가속화할 미래에는 이 추세와 규모가 더욱 빨라지고 커질 것이다. 
 
얼마 전 포항공대 안에 있는 스타트업 빌딩인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 포스코 예산으로 세워진 8층 건물 전체에 다양한 창업 공간이 조성됐는데 그 안의 연구시설들과 학생 연구자들을 보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대학의 교수들은 창업을 염두에 둔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고 학생들은 그 안에서 창업의 꿈을 키우며 지역 내 첨단산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최근,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의 거점 국립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R&D 예산의 대폭 증액을 약속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R&D 예산이 지역의 교수·과학자·대학원생들을 통해 스타트업 활성화와 지역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자생적인 지역 소멸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원호 부산대학교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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