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이집트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등의 단계적 방법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정부의 평화정책인 '한반도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에 대한 실천 의지를 재차 나타낸 겁니다.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환영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핵 고도화 방치 안 돼"…이집트와 '평화 협력'
이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언론 <알아흐람>에 올린 기고문에서 "남북 대화가 단절되고 북핵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집트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거론한 건, 중동에서의 이집트가 자처하고 있는 역할 때문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집트 국민이 많은 도전과 불확실성 속에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지난 2년간의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이집트는 중재국으로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외교적 인내를 보여줬다"고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의 길도 마찬가지"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교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하며,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내외적 환경과 관련해서도 "한국과 이집트 모두 지역의 평화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면서 "양국이 각각 중동과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상호 노력해온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동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꾸준히 동참해온 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일관되게 지지해온 이집트 간 '평화 협력'의 폭이 앞으로 더 넓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기고문에서 언급한 단계적 방법론은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한반도 END 이니셔티브'에 해당합니다.
END 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영단어 첫 글자를 조합한 이재명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입니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가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북한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을 사다리로 '교류'에 나서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중국과 북한의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대북 관여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지난 4일 윤석열정부에서 폐지한 남북회담본부를 2년 만에 부활시켰습니다. 조직개편에 따라 남북회담과 연락 전담기관인 남북회담본부와 남북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실장급 조직인 평화교류실이 업무를 재개하는 건데요. 이재명정부는 이를 토대로 북한과 '가능한 분야'부터 협력을 시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카사르 알 와탄 대통령궁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집트와 공동 성장…더 나은 미래로"
이날 기고문에서 한국과 이집트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1995년 한국과 이집트의 수교는 협력을 통해 함께 혁신하고 공동 성장을 이룩할 결정적 계기였다"며 "이집트 베니수예프주의 삼성 공장과 샤르키아주의 LG 공장에서 이집트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TV, 세탁기, 최신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나열했습니다.
30년 동행에 대해서는 "양국의 교육 협력은 단지 지식의 이전이 아닌 어려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UAE에 이어 이집트에서도 'K-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는 예로부터 아랍 문화의 중심지이며, 범람하는 나일강처럼 예술이 넘쳐흐르는 공간이었다. 한국인 중에도 막연하게나마 유구한 역사의 이집트 문화를 동경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그런 이집트에서 이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K-뷰티, K-패션, K-푸드가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이집트를 사로잡았다는 점에 더욱 감개가 무량하다"며 "한국과 이집트 국민이 서로에 대해 갖는 호감과 친근함은 양국 관계의 자양분이자 모든 협력의 가장 튼튼한 기초"라고 강조했습니다.
협력 분야와 관련해서도 "경제, 문화, 평화 등 각 분야에서 이뤄질 양국의 협력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집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비전2030'의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 또한 대한민국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집트인들의 원대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카이로=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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