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1심서 나경원 벌금 2400만원·송언석 벌금 1150만원
역대급 '동물국회'에 첫 국회법 위반 기소
국민의힘 의원 모두 '의원직 상실'은 면해
재판부 "죄책 가볍지 않고 비난가능성 커"
여당 일방통행도 지적…"의정문화 미성숙"
2025-11-20 16:42:35 2025-11-20 17:33:3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2019년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벌금형을 받았지만, 의원직 상실형을 면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벌금 2400만원, 송언석 원내대표는 115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벌금액 자체는 크지만, 여기서 형법 위반에 따른 벌금을 빼면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국회법 위반'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가까스로 피한 겁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선고 기일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판)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관계자 26명의 선고기일을 열었습니다. 2020년 1월 검찰이 기소한 이래 무려 6년7개월 만에 1심 결론이 나온 겁니다. 
 
이날 선고는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피고인 다수가 현직 국회의원인 탓에 의원직 상실형이 나올 경우 국민의힘에 충격이 크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크게 형법(특수공무집행방해) 위반 사건 혐의, 국회법 위반 사건 혐의로 나뉩니다. 형법 위반 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 국회법 위반은 500만원 이상의 벌금이 선고돼야 의원직이 상실됩니다.  
 
사건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의원은 형법 사건에 대해선 벌금 2000만원, 국회법 위반 혐의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당대표였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각각 1500만원, 400만원에 처해졌습니다. 
 
송언석 현 원내대표와 김정재 의원은 형법 위반에선 각각 1000만원, 국회법 위반은 15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어 △이만희 의원 700만원, 150만원 △윤한홍 의원 600만원, 150만원 △이철규 의원 400만원, 15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사건 당시 의원이었던 이장우 대전시장은 600만원과 150만원에 처해졌고,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국회법 위반에서만 150만원을 받았습니다. 
 
2019년 4월26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현 국민의힘 의원)가 쇠 지렛대(빠루)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이란 2019년 4월 여당인 민주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및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고 하려고 국민의힘(당시는 자유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고 나서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국민의힘 의원 등 27명이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국회 의안과 사무실 및 회의장을 점거해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방해하고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사상 초유의 국회 충돌과 의정 중단에 대해 당시 언론에선 20대 국회를 ‘동물국회’라고 꼬집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회법 위반으로 기소된 첫 사례였습니다. 국회법은 회의를 방해하고자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감금 등을 하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의원직이 상실됩니다. 국회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일반 사건보다 처벌을 무겁게 한 덕분입니다.
 
법원, 국회 ‘성숙한 의정문화 부족’  지적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이 사건의 결심공판 때 나경원 의원 징역 2년, 송언석 원내대표 징역 10개월 등을 구형했습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피고인 모두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못 미치는 낮은 벌금형을 선고한 건 이 사건의 원인이 피고인들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분쟁의 발달이 된 쟁점 법안의 당·부당을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훼손한 사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하게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 신분인 피고인들이 합법적 수단이 아닌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거나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 것”이라며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민주당은 연동현 비례대표제를 매개로 군소 야당과 연합해 각 특위가 본격 활동을 개시한 지 4개월 만에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 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거나 쟁점 법안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 오신환·권은희를 본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 사임하게 하는 이 사건 개선행위(국회법 위반)를 했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역시 책임이 있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이래 이뤄진 선거들을 통해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평가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선고 직후 나 전 의원은 “무죄 선고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법원이 명백하게 우리의 정치적 항거에 대한 명분을 인정했다. 결국 민주당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의 박범계·박주민 의원 등 관계자 10명의 결심공판은 오는 28일 진행됩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피고인 가운데 장제원 전 의원은 올해 3월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고, 이번 선고에서도 제외됐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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