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벨트 지역경제 '흔들'…"수소환원제철 전환 시급"
철강산업 위기감, 지역경제 타격 '심각'
산업 전환이 곧 지역경제 '생존'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 찬성률 '65.3%'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아직 선언적 수준
"'이행' 보다 빠른 준비·대규모 투자 필요"
2025-11-19 17:39:13 2025-11-19 17:39:1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꺼져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방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안을 내민 가운데 산업 위기 체감지역에 대한 경쟁력 회복 전략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철강 산업 위기의 체감은 철강벨트 지역경제의 직접적 타격으로 작용하는 등 제철소 인근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곳입니다.
 
철강벨트 지역 주민들은 탄소중립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로 인식하는 등 수소환원제철 전환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정부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과 철스크랩 재활용 확대 등 탈탄소 전환 계획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선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19일 한국리서치가 기후솔루션 의뢰로 실시 조사한 '2025 철강 산업 탈탄소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철강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과거 영향력(79.4%)보다 1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철강산업 '위기'…지역경제 '약화'
 
19일 한국리서치가 기후솔루션 의뢰로 실시 조사한 '2025 철강 산업 탈탄소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포항·광양·당진·순천 등 철강벨트 지역 주민 응답자(2000여명 대상)의 65.3%가 '철강산업이 현재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중 포항 지역의 경우 75%가 '철강산업의 위기'를 체감했으며 '심각한 위기'로 느끼는 비율은 27.1%에 달했습니다. 이는 타 지역의 두 배 수준입니다.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국제적 탈탄소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후 대응이 늦어질 경우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응답자도 10명 중 7명 규모였습니다.
 
응답자 대부분인 79%는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면 지역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철강산업은 해외 생산거점 확대와 투자 분산 등으로 지역 산업의 활력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 등지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에선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경제 전반의 공동화로 이어질 우려가 높습니다.
 
더욱이 지역민들은 철강산업 위기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를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제철소 지역 주민의 64.9%가 '철강산업 위기로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포항에선 같은 응답 비율이 80%를 차지했습니다. '지역 내 일자리 축소 및 신규 고용 감소(77.3%)', '지역 소상공인 매출 감소 및 폐업 증가(66.5%)' 등 어려움을 호소한 응답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9월19일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포항 철강 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구체적 이행·실행 로드맵 부재
 
철강벨트 지역 주민들이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지역경제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공유한 점도 눈에 띕니다. 응답자의 71.2%가 '탈탄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고 78.8%는 '수출이 흔들릴 경우 지역경제도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탈탄소 전환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1.3%를 차지했습니다. 70.5%는 '탈탄소는 지역경제의 핵심 과제'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 기후 대응이 산업 경쟁력은 물론 지역경제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지역의 요구와 달리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는 수소환원제철 실증과 청정수소 확보 등이 담긴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이행 전략과 실행 로드맵은 부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산업 정책과 탄소중립 전략이 별도로 설계되는 등 '탄소중립이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관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1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해야"
 
지역 주민들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해법으로 수출 경쟁력 회복(44.5%), 고급 철강 제품 생산(40.1%), 친환경 기술 투자(39.3%) 등을 꼽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65.3%는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에 찬성한 상태입니다.
 
33.7%는 '가능한 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찬성 이유로는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축, 수출 경쟁력 강화를 지목했습니다. 반면, 수소환원제철 설비 전환에 대한 반대 이유로는 '기술 한계'가 아닌 '개발·설비 비용 부담(50.5%)'이 가장 컸습니다. 주민들이 정부에 요구한 과제 역시 수소 공급망·전력망 등 지역 기반 인프라 구축 지원(62.3%)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응답도 나왔습니다. 응답자의 77%는 '정부가 탈탄소 전환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61.9%는 '철강 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 지원 균형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비율은 31.9%에 불과했습니다. 62%는 '철강 탈탄소 의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정치인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산업 전환과 기후 대응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유권자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입니다.
 
강혜빈 기후솔루션 철강팀 연구원은 "철강벨트 지역은 이미 '산업 전환이 곧 지역경제의 생존'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전환 준비 속도는 여전히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소환원제철, 그린수소, 재생에너지 등 핵심 인프라는 1~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며 현재 제시된 전환 로드맵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도 보다 빠른 준비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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