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노조위원장 선거 레이스 본격화
2025-11-14 14:28:54 2025-11-14 17:00:0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내달 주요 시중은행 노조 집행부 선거와 함께 10만명에 육박하는 조합원을 거느린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선거가 치러집니다. 각 지부 선거 결과는 금노 선거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KB·우리은행 지부, 내달 2일 선거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지부와 우리은행지부 노조위원장 선거는 다음 달 2일 열립니다. 두 지부 모두 현 위원장이 재선 도전에 나섰고 여기에 2명의 후보가 가세하는 방식의 경쟁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금융노조도 같은 달 16~18일 위원장 선거를 공고했습니다. 김형선 위원장과 지난해 낙선한 윤석구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다시 맞붙는 2파전 구도가 유력하게 점쳐집니다. 
 
국민은행지부는 지난주 후보 등록을 마치고 곧바로 선거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김정 위원장이 재선을 노리는 가운데 김명수·노인호 후보가 도전장을 냈습니다. 김 위원장과 노 후보는 현 집행부에서 함께 활동하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과거 박홍배 전 위원장 체제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인연도 있습니다. 김명수 후보는 지난해 금융노조 선거에서 부위원장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습니다. 
 
우리은행지부에서는 박봉수 위원장이 재선에 나섰고 이동혁·최인범 후보가 가세했습니다. 이동혁 후보는 박 위원장 집행부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최인범 후보는 전임 박필준 위원장 체제에서 박 위원장 등과 함께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후보 간 공약 경쟁도 치열합니다. 박 위원장은 현금복지 2000만원 지급을 공약했고, 이동혁 후보는 특별격려금 100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최인범 후보는 성과급 500%와 '꿀머니' 500만원을 제안하며 조합원 표심을 공략 중입니다. 
 
두 은행 지부 모두 선거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내홍도 커지는 양상입니다. 국민은행지부에서는 연임에 도전하는 김정 위원장 측에서 경쟁 후보 관련 정보를 정리한 문건이 돈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해당 문건은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일부 조합원들에게 알려졌고, 이에 일부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사실관계 확인과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선관위는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후문입니다. 다만 선거운동 시기와 범위에 대한 해석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엇갈리면서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조합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혼란이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은행지부에서는 최근 집행부 내부에서 불화가 격화해 고소·고발 건으로 비화했습니다. 일부 간부가 면직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조합원 사이에서도 불신이 커졌다는 전언입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지부는 지난달 31일 선거 결과 윤석구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단독 출마해 투표율 90.15%, 찬성률 98.82%라는 높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신한은행지부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선거에서 김용환 위원장이 당선돼 올해는 별도의 선거가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노위원장 선거 앞두고 세력전 치열 
 
KB국민은행지부와 우리은행지부 선거는 금노 위원장 선거에 앞선 '세력전' 성격이 짙습니다. 현 위원장 진영은 조직 안정과 연속성을 강조하며 방어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도전자들은 현 집행부의 문제점을 공략하고 변화와 쇄신을 주요 메시지로 띄울 가능성이 큽니다. 3파전 구도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결선투표로 이어지는 만큼, 탈락 후보의 지지층이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핵심 변수입니다. 
 
금융노조는 국책은행, 시중은행, 금융공기업 등을 포괄하는 대규모 산별노조로 조합원 수가 10만명에 육박합니다. 주요 은행장과 금융공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함께 임금·노동 조건 교섭을 진행하는 한 축으로서 위상이 확대돼왔습니다. 노동조건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 규제 개선, 사회·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 만큼 금융권의 주요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금노 선거는 후보 등록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김형선 위원장과 윤석구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격돌하는 구도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김형선 위원장은 4.5일제 시동을 거는 등 굵직한 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을 준비 중입니다. 반면 윤석구 위원장은 하나은행지부 재선 성공으로 조직 내 기반을 다지면서 금노 위원장 재도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노 한 조합원은 "시중은행 조합원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각 지부 선거 결과가 금노 선거의 표심과 직결된다"며 "결국 지부 조직을 얼마나 장악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조합원은 "연말 각 지부 선거는 단순한 조직 선거가 아니라 금노 선거를 앞둔 세력 다툼이 될 것"이라며 "은행별 숫자 싸움이 곧 금노 위원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시중은행 노조 집행부 선거가 일제히 개시되면서 노조 내 권력 구도 재편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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