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국내 방산업체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병력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맞아 ‘군인 없는 전장’을 대비한 무인화 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기업은 무인기·무인수상정·무인차량 등 차세대 무인 전력을 미래 성장 축으로 삼고, 자율주행·AI 전투지휘·유무인 복합 운용(MUM-T) 등 핵심 기술을 앞세워 전장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작년 4월24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진행된 시험사격에서 폴란드형 천무 HOMAR-K에서 사거리 290㎞급 유도탄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11일 국방부와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 병력은 2019년 56만명에서 2025년 7월 45만명으로, 6년 사이 11만명이 줄었습니다. 정전 체제에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50만명 선이 이미 2년 전 무너진 데 이어, 이보다 5만명 더 감소한 수준까지 내려간 것입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40년 국군 규모는 최소 27만명, 많아도 35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같은 흐름 속에 주요 기업들은 무인화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AI 기반 미사일 ‘천무 3.0’을 2028년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천무 3.0은 K-방산의 대표 수출품인 천무 미사일에 자폭 드론을 결합한 형태로, 드론이 미사일에 실려 약 80km 비행한 뒤 분리되어 스스로 적을 식별하고 타격합니다. 또 한화는 K9 자주포에 AI 기술을 접목한 세계 최초의 유무인 복합 자주포 ‘K9A3’를 2030년 초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K9A3는 AI를 통해 무인 운용이 가능하며, 한 대의 사격지휘 장갑차로 최대 3문의 K9 자주포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현대로템은 유무인 복합체계(MUM-T)에 최적화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습니다. 드론 등을 탑재한 차세대 전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핵심 제품인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개발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의 AI 솔루션 기업 ‘쉴드 AI(Shield AI)’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자율임무 수행이 가능한 드론 탑재 기술을 차세대 지상무기 라인업에 적용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시속 200km로 자율비행하며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AI 파일럿 기술 ‘카일럿(KAI-Lot)’을 개발 중입니다. 단순한 자율비행을 넘어, 전투 상황에서의 의사결정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대한항공 역시 스텔스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 초도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는 드론이나 로봇 같은 무인체계를 먼저 투입해 정찰과 타격 임무를 수행한 뒤 병력이 진입하는 방식으로 전투 편대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지원 정책을 구체화하고 개발 속도를 높여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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