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서 '롯데' 상표 사용을 둘러싼 롯데그룹의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롯데카드 해킹 사태 당시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그룹과 혼동이 발생했는데요. 대주주는 사모펀드임에도 '롯데'라는 그룹명을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그룹 계열사로 오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서 롯데그룹이 그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열린 제19차 정례회의에서 롯데손보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는데요. 한 소비자는 "롯데손보가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닌 줄 몰랐다"며 "롯데카드도 그렇고 회사명에 '롯데'가 들어가 있어서 같은 그룹사인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는 '롯데' 그룹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주주는 사모펀드입니다. 롯데손보는 JKL파트너스가 지분 77%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가 60%를 가지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004990)를 출범시켰지만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 계열사 보유가 금지되면서 2019년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매각했습니다.
매각 후에도 기존 사명을 유지하는 사례로는 MG손해보험(현 예별손해보험)과 푸본현대생명도 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2013년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가 그린손보를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MG' 사명을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과거 현대라이프는 대만 푸본금융그룹이 2018년 지분 82%를 보유하면서 사명을 바꿨는데요. 푸본생명이 아닌 푸본현대생명으로 바꾸면서 '현대' 사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룹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이 혼동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 대규모 해킹 사태 당시 불똥이 롯데그룹 전체로 번지자 그룹 측은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측에 브랜드 가치 훼손과 고객 신뢰도 하락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강하게 항의했으며,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는 사과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G손보가 재무 상태 악화로 예별손보로 이전할 때는 새마을금고 예금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했습니다. 반대로 2023년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때는 MG손보 계약자들이 본인 계약 안전성을 확인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명만 보고 소비자들이 오인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더 많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상표를 사용하는 걸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전했습니다.
사모펀드들은 그룹 계열사를 인수할 때 기존 그룹명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존 사명이 인지도가 높을 경우 흔히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법적으로는 별개 회사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기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같은 그룹명을 쓰는 다른 회사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가 브랜드만 보고 같은 회사로 오인하는 건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며 "금융사는 계약서나 광고에 '해당 브랜드와 관계 없음'을 명시하는 등 명확한 정보 제공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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