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미 1991년에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정했다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미·중 관세전쟁 2라운드 승부처
2025-11-07 06:00:00 2025-11-07 06:00:00
10월30일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벌여온 대중국 '관세 전쟁'을 결산하는 자리였다. <뉴욕타임스>는 그 전날인 29일에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패했다'(Trump Lost the Trade War to China)는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퍼의 기고문을 실었다.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전에 이미 승패 판정을 내린 것이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중국 무역 전쟁의 교훈; 베이징은 반격했고, 미국이 관세로 얻은 것을 찾기 힘들다'는 사설을 썼다. 미국과 유럽의 다른 언론도 비슷했다. 그나마 '트럼프가 이기지 못했다' 정도가 우호적인 기사였다. 
 
'자화자찬'에는 천하제일인 트럼프가 이를 순순히 인정할 리 없지만, 중국이 미국과 '동등하거나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주요 2개국(G2)' 표현을 쓰고, "중국을 제압하는 것보다 협력하는 쪽이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말하는 데서 그 쓰린 속이 그대로 드러난다. 
 
트럼프는 1기 시절인 2018년에도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였다. 무역적자·지식재산 침해 등을 이유로 25% 관세를 부과하며 '선빵'을 날렸다. 뜻밖의 공격을 당한 중국이 당황해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전술적 우위를 갖고 국면을 주도해 나갈 수 있었다. 
 
중국은 1차 관세 전쟁을 겪으면서 공급망·기술 자립 구조 강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전략적 내성' 확보에 나섰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3일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무기로 미국을 공격한 중국' 기사에서 이를 "중국은 무역전쟁이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니라 '(공급망) 취약성'의 전쟁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짚었다. 그리고 7년 뒤, 올해 2차 미·중 관세 전쟁에서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수출 통제 전략을 그대로 미러링"하는 것이었다. 그 핵심 무기가 희토류다. 
 
중국 장시성의 희토류 광산. (사진=뉴시스)
 
덩샤오핑 1992년 '남순 강화' 중에"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
 
중국의 희토류 집중에는 40년의 역사가 있다. 1986년에 '광산자원법'을 제정하고 국내 자원 개발과 관리를 체계화했다. 희토류·텅스텐·주석·안티모니 등을 '국가 중점 광물자원 목록'에 올리고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1년에는 "희토류는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며, 외국 기업의 독자적 탐사·개발을 금지한다"는 '희토류 자원 관리 강화에 관한 통지문'을 발표하고, 외국 회사가 현지 회사와 협력하여 특정 중국 광산을 채굴하는 것을 제한해 버렸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특별허가 없이 해당 광산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막아버렸다. 
 
1992년에는 당시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다그치기 위해 '남순 강화'를 하면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그 중요성을 더욱더 부각했다. 중국 지도부가 희토류를 '21세기의 석유'로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이후에도 '희토류 산업 발전 12차 5개년 계획'(2011~2015), '중국 제조 2025' 전략 등에서 희토류를 국가전략자원·핵심소재산업으로 분류하고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은 스마트폰·반도체·전기차·F-35 전투기 등 첨단기술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채굴(69%), 정제(92%), 자석제조(98%) 등 공급망 전체를 확고하게 장악하게 됐다.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규정한 1991년 당시 세계 최고의 희토류 공급국은 미국이었다. '마운틴패스'라는 캘리포니아의 대형 광산 덕분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0년대 중반에 미국 희토류 산업은 거의 전멸했다. '마운틴패스'가 문을 닫았고, 희토류 자석을 만들던 거의 모든 미국 시설도 같은 상황이었다. 미국 등 서방은 희토류를 '첨단산업용 특수금속' 정도로만 봤을 뿐 국가안보·공급망 차원의 전략자원이라고는 인식하지 않았다. "언제든 수입하면 된다"며, 환경 규제 강화 등을 이유로 민간 시장에 맡긴 채 방치했다. 뒤늦게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닫고 '마운틴패스' 광산을 되살리는 등 '피닉스 프로젝트' 등을 시도했지만, 중국이 수출 통제를 통한 저가 공세와 물량 조절로 대응하면서 부활에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핵심 광물 및 희토류 관련 협정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재무장관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다모두가 방심하고 있었다"
 
스콧 베센트 재무 장관은 그간의 상황을 종합해 "우리는 20년, 25년 동안 경계를 게을리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았다. 모두가 방심하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2차 관세 전쟁에서 '희토류 수출통제 1년 유예', 겨우 1년 유예를 얻기 위해 트럼프 1기 때부터 중국이 아파했던 '첨단기술 수출 통제 및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에서 처음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 조치도 1년 유예지만,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은 '괄목상대' 수준 아닌가? 
 
미국도 희토류 확보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트럼프는 호주와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 희토류 개발 공동 투자에 합의했고, 주요 7개국(G7)도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생산 동맹을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대체하는 희토류 공급자로 선정한 호주도 희토류 가공은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서방이 희토류 확보 역량을 갖기 위해서는 (2차 대전 때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급의 시도가 필요하며, 이것도 결과를 얻으려면 최소 5~7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위력을 발휘하는 근본에는 미국을 압도하는 중국의 제조업 능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전 세계의 35%로, 미국의 세 배이자 중국 아래 여덟 나라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물론 미국이 끌려가기만 할 리는 없다. 글로벌 금융 지배력은 여전히 확실히 미국의 손아귀에 있다. 미국이 주요 중국 은행들의 달러 거래를 중단시키는 조치까지 나간다면, 중국의 국제 무역과 투자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격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억제 수단'으로 작용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 단기간에 결판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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