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 수주가 늘고 투자도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합니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계속 오르고 민간 수주의 회복은 더디기만 한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여전히 ‘고비용·저수익’의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4일 ‘2026년 건설·자재·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열고 내년도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4.0% 증가한 231조2000억원, 건설투자는 2.0% 증가한 2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는 실질적인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건설 수주, 공공은 늘고 민간은 제자리
건산연 발표에 따르면 내년도 공공 수주의 증가가 전체 수주 증가를 이끌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 수주의 회복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입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주택 경기가 침체된 데다 공사비 상승과 규제 강화 등의 부담이 민간 발주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민간 건설 수주는 100조4000억원으로 2024년 동기 대비 약 7조원, 8.3%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공공 건설 수주는 같은 기간 32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3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수치상의 성장은 민간 부문에 편중돼 있으며, 전체 산업의 회복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투자 소폭 회복했지만…2017년 수준에는 못 미쳐
건설투자 규모는 2024년 290조2000억원에서 2025년 248조원으로 급감한 이후 2026년 270조원으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는 2025년 투자 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로 분석되며 실질적인 회복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반등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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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건설투자 전망치인 270조원은 지난 2017년 건설투자 규모였던 325조4000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50조원 이상 적은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착공 지연 등 구조적 요인이 투자 증가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공사비는 계속 상승…수익성 악화 지속
건설업계의 가장 큰 부담은 공사비입니다. 2020년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2025년 131.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인건비와 자재비, 물류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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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중소 건설사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형사에 비해 가격 협상력이 부족하고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분을 전가받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내수 위축의 영향으로 토목 공사 발주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는 중소 건설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방의 경우 작년까지 입주 물량이 많았지만, 올해는 공급 자체가 위축된 상태”라며 “주택 수요는 단기간에 살아나기 어렵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공급이 조정돼야 건설 시장이 회복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종합하면 내년도 건설업계는 SOC 예산 확대에 따른 공공부문 발주 증가, 정책적 지원, 산업 인프라 투자 확대, 금융 여건 개선 등으로 수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민간 주택 회복 지연, 공사비 부담,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경제 성장 둔화 등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산업이 ‘저성장·고비용·고위험’의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건설산업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건설투자 패러다임의 3대 핵심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건설 기업이 생존해야 산업 전환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단기적 물량 창출 정책을 통한 건설기업 생존 기반 확보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단기적 경기 보강과 물량 창출을 위해서는 공공 발주와 집행을 가속화하고, 민간 프로젝트 착공 촉진, PF 유동성 지원, 지역·중소 중심 물량 보강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고비용 구조에 갇힌 건설산업이 진정한 회복을 맞이하려면 단순한 수주 확대가 아니라 구조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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