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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3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이 인권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고 있어서다. 최근 해외 투자자들은 인권경영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수준이 미흡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국제 무역에서도 인권 문제가 분쟁의 불씨로 번지면서 인권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한때 추상적이던 개념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도화되며 점차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다만, 국내 인권경영은 이제 막 구축 단계를 넘어선 수준으로, 앞으로 확산과 정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IB토마토>는 인권경영이 주목받는 이유와 선도 사례, 향후 확대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비용이 인권경영 확산 저해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성장 둔화에 중견·중소업체는 안전보건 환경 개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 전반에 인권경영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실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비용 장벽이 있지만, 인권경영 투자를 거스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의 중대재해 브리핑 장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ESG경영 체제 구축 위해 비용 '걸림돌'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기업이 인권경영 등 ESG경영 체제를 구축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비용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 중견기업이 ESG 경영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원인 중 도입 및 운영비용 부담(29.3%)이 세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비용 부담을 ESG경영 추진의 걸림돌이라 응답한 비율(47.5%)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비용 문제는 인권경영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중견기업의 인권경영의 주요 관심사안은 안전보건 환경 투자 등에 집중돼 있다.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은 인권경영의 7대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수출 등 공급망이 글로벌화된 중견기업의 경우 인권경영을 다루는 영역이 해외로 확장된다. 국내외에 위치한 공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인권경영 투자에 들어가는 부담이 더 크다.
중견 기업계의 재무 상황은 어려운 쪽에 가깝다. 제조업의 매출 및 자산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대규모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제조 중견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1.4%, 총자산증가율은 2.8%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0.7%포인트, 4.4%포인트 하락한 성적이다.
중소기업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0월 중소기업 경기 전망에 따르면 원자재 분야 제조기업을 제외하면 직전연도 같은 기간 대비 업황 전망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제조업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 성적을 제외하면 전 분야에서 지난달 경기 전망이 이전 3년 평균 업황 전망 대비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안전보건 투자 압박은 강해지는 중이다.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출 중견기업들은 인권경영 등 ESG 미준수에 따른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 중단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이들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환경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제도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상장사 내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즉시 사고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ESG컨설팅 모집절차(사진=산업통상부 지속가능경영지원센터)
비용 부담 불가피…정부 지원 지속
업계에 따르면 안전보건 투자로 대표되는 인권경영 투자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재무 부담 심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정부기관은 중견·중소기업 500곳을 선정해 ESG컨설팅 사업을 진행 중이다. ESG컨설팅에 특화된 대형 로펌도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높은 컨설팅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출범한 제도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기준 국내 100명 이상 사업체수가 1만6783개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을 받아 인권경영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은 좁다. 다수 수출 중견기업은 자체 투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 업체 등에 따르면 인권경영 체제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금액으로 알려졌다.
인권경영에 대한 압박이 높아지며 향후 ESG경영이 고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까지 국내 제조업의 주요 ESG 관심사는 탄소 배출 등 환경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안전 확보 등 인권경영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후순위에 있었다.
다만, 인권경영 투자가 병행될 경우 수출 등에서 인권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일부 제조업계에서는 투자와 함께 교육, 사례집 공유 등으로 의식 개선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안전보건 투자 부담을 의식 개선으로 완화해 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근로자의 안전 의식 제고가 안전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권경영에 대한 필요성은 기업 전반에 퍼지고 있지만, 높은 비용 등이 향후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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