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부터 1심 '중형'까지 4년
20대 대선 이후 정국 뒤흔들었던 '대장동 의혹'
유동규·김만배 등 '기소 1472일 만'에 1심 선고
공판 190차례 진행…재판기록 25만쪽에 달해
2025-11-02 13:56:49 2025-11-02 13:56:49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은 지난 20대 대선 때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줄곧 자랑한 업적이 정작 '개발 비리'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대장동 의혹은 이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위기로 꼽힐 정도로 정치권과 법조계를 뒤흔들었습니다. 10월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 등 의혹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은 1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때로부터 무려 4년 만입니다. 2021년 10월 첫 기소 때로부터 따지면 1472일 만입니다. 이 기간 공판은 190차례 진행됐고, 재판기록은 25만쪽에 달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지난 10월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로 촉발된 의혹
 
대장동 의혹은 2021년 8월 말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을 단 경기도 한 지역신문의 칼럼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10년부터 재선 성남시장을 지내며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는데, 민간 특수목적법인(SPC)인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해 수천억원대의 개발이익을 챙긴 걸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급기야 화천대유 실소유주가 누구인지까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화천대유 측이 공사 주요 간부에게 뇌물을 줬고, 당시 성남시장은 이 대통령이었으니 그에까지 뇌물이 전달됐다. 그로 인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구조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습니다. 2021년 중순 이 대통령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간 대장동 사업을 모범적 공공개발,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홍보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차에 터진 대장동 의혹은 그의 도덕성에 흠집을 냈습니다.
 
대장동 의혹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까지 번졌습니다. 2021년 9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아간 사실이 드러나자 그해 11월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50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당했습니다. 최순실특검을 지휘한 박영수 특별검사는 딸이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지구의 7억원대 아파트를 분양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박영수 특검은 2023년 8월 검찰에 구속기소됐으며, 올해 2월 1심에서는 징역 7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수사팀까지 꾸린 끝에 2021년 10월21일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을 뇌물 혐의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정영학 회계사(천하동인 5호),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직원)는 배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김씨 등 민간업자들이 유 전 본부장에게 금품을 주고 대장동 개발에 대한 공사의 방침이 변경되도록 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아울러 검찰은 2023년 3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뇌물 및 배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대선판 뒤흔든 '대장동 의혹'과 사법리스크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건 20대 대통령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시기였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 개발 비리를 넘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후보를 정조준하고 있었습니다. 대선판을 흔드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민주당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대장동'이 언급됐습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에선 "이재명 후보가 몸통"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특히 2021년 12월 의혹과 관련해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이 열흘 간격으로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자 국민의힘 공세는 더욱 거세졌습니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2021년 9월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특혜의혹 관련 긴급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후보는 자신에게 쏟아진 공세에 맞서 "대장동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며 "단돈 1원의 사적 이익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방어와 해명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이재명 후보는 결국 20대 대선 개표 결과 0.73%포인트 차이로 윤 후보에게 석패했습니다. 
 
대선 이후에도 대장동 수사는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추가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위례 백현동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쌍방울그룹을 통한 대북송금 의혹 등을 추가로 수사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20대 대선 패배 후 윤석열정부 내내 기소와 재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받은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20대 대선 때 '김문기 몰랐다' 발언 관련) △위증교사(2019년 김병량 전 성남시장 비서에게 위증하도록 시킨 혐의) △뇌물(대장동·백현동 개발, 성남FC 관련) △제3자 뇌물(대북송금 의혹) △업무상 배임(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에 달합니다. 대장동에 국한됐던 사법리스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된 겁니다. 
 
대장동 핵심 인물들, 1심서 전원 '법정구속'
 
유동규 전 본부장, 김만배씨 등에 대한 재판은 4년 동안 190여차례의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증인신문과 추가 기소, 공범 간 진술 번복 등으로 공판이 장기화됐기 때문입니다.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측이 잇따라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고, 검찰의 주장에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공범끼리 책임 공방도 이어졌습니다. 관련 사건들이 병합·분리되고, 재판부가 세 차례나 교체되면서 공판 갱신이 두 달가량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김만배씨는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원을 받았습니다.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에 처해졌습니다. 정민용 변호사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22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아울러 피고인 전원은 법정구속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민간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줌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침해했다"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 대통령은 21대 대선에 당선된 뒤엔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재판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헌법 제84조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이 받던 나머지 재판도 모두 중단됐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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