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인에 극비 추진되던 '장보고-Ⅲ 배치-Ⅲ' 수면 위 부상
한화필리십야드서 건조 사실상 어려워…일부 파트 협력 이미 추진 중
5000t급 핵추진잠수함 4척 이상 건조…2030년대 중반 이후 전력화
2025-10-30 15:54:00 2025-10-30 16:16: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한국이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으로 화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메시지에서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에서 건조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오션(042660)의 자회사 한화필리십야드(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여건 이미 마련"
 
우선 현재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준비 상황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현재까지 핵추진체계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의 추진은 극비입니다. '비닉 사업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게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고, 공식적으로는 아직 소요 제기조차 안 된 상황입니다. 
 
다만 군 당국이 이미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준비하기 위해 사업단을 구성해 준비해온 것은 잘 알려진 비밀입니다. 이 사업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군 관계자는 '비닉 사업'으로 분류돼 공개가 안 됐을 뿐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은 이미 핵추진잠수함을 설계·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원자로 제작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남은 과제는 군함 추진용 원자로에 투입될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였는데 이번에 해결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이날 국정감사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이미 갖춰놨다"며 "마지막에 연료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미국 협조를 받아서 완결점을 이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이 건조해 지난 22일 진수한 국내 첫 3600톤급 디젤 잠수함 '장영실함'. (사진=해군)
 
"원자로는 국내 생산, 연료는 미국 공급"
 
다른 하나는 한화필리십야드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한화필리십야드는 한화오션(40%)과 한화시스템(60%)이 약 1억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말 인수한 조선소입니다.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미국의 상선과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현지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이 조선소를 인수했다는 게 한화오션의 설명입니다. 
 
1997년 미국 해군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됐고,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했습니다. 상선 외에도 미국 교통부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해상 풍력 설치선 등 다양한 선박을 건조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잠수함 건조 실적이 없고 숙련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한화오션은 현재 약 1700명인 직원을 사업 확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한화오션은 기술 인력 훈련 프로그램 등 고도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현재 건조됐거나 건조가 예정된 한국해군의 3000톤(t)급 디젤 잠수함(장보고-Ⅲ급) 6척 중 5척을 설계·건조한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접목하면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오션은 용접 로봇, 자동화 설비 등 스마트 생산·안전 시스템뿐만 아니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산업의 생태계 노하우를 접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입니다. 결국 핵추진체계를 탑재할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은 한화오션이 주도해 한화필리십야드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다른 차원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안 장관도 이날 국감에서 '핵추진잠수함과 소형원자로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연료인 농축우라늄을 미국 측에서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냐'는 질의에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안 장관은 "(한화필리십야드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건) 한·미 간 추가적인 논의를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추진 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사업을 특정 기업이 맡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읽힙니다. 국내 잠수함 건조 사업은 한화오션이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되지만 HD현대중공업(329180)도 잠수함 사업 참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화필리십야드에는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시설이 없어 이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냐'는 질의에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한·미, 다음 주 SCM서 구체 논의 시작할 듯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의 연료 공급 문제를 해결한 만큼 극비리에 추진되던 장보고-Ⅲ 배치-Ⅲ 사업은 수면 위로 급부상하게 됐습니다. 한·미 국방당국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후속 논의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간 논의가 신속하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핵추진잠수함을 해군에 배치하는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전망입니다. 강 총장은 "아직 착수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결정이 난다면 10여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결정하더라도 (건조 완료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의 크기는 5000톤급, 숫자는 4척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국감에서 강 총장은 "건조가 추진될 핵추진잠수함은 5000톤급 이상"이라고 밝혔고, 안 장관은 "4척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