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일부 철수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지난달 신라면세점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임대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향후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아예 사업권을 포기하기로 한 겁니다. 이 같은 사태는 면세업계와 인천공항공사와의 갈등, 중장기적 측면의 면세업황 침체가 복합적으로 얽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견됐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점점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속도도 가속화하는 모습입니다.
30일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의 DF2권역(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을 반납하고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다만 DF4권역(패션·잡화)은 계속 운영합니다.
인천공항 DF2구역은 1터미널과 2터미널에 걸쳐 4709㎡ 규모로, 화장품·향수·주류·담배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번 신세계 결정으로 이 곳은 오는 2026년 4월27일까지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는 계약상 사업권 반납일로부터 6개월간 영업을 유지토록 한 조항에 따른 것입니다.
철수 결정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면세 시장은 고환율, 경기 둔화, 주 고객의 구매력 감소 및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부정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당사는 객단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운영을 지속하기에는 경영상 손실이 너무 큰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2권역에 대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태는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의 10년 운영권을 확보했지만, 이후 적자 누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공항공사에 임대료 조정을 요구해온 바 있습니다.
이후 공항공사와의 협의에 난항을 겪은 신세계면세점은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지만, 공사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법원 조정마저 불발됐는데요.
원래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업체별로 고정 임대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2023년부터 공항 이용객 수와 연동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여객 수 증가에도 정작 면세점 구매는 늘지 않으면서, 업체들이 체감하는 면세점 부담 임대료는 더욱 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먼저 선제적으로 철수한 신라면세점의 경우 위약금을 감수하고 DF1권역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는데요. 호텔신라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입은 적자는 매월 60억~8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타격은 불가피한데요. 일단 신세계면세점이 사업권 반납으로 부담해야 할 위약금은 약 1900억원 수준에 달합니다. 또 현재 인천공항 DF2·DF4권역과 명동 시내 면세점 두 곳만 운영 중인 만큼, DF2권역 철수 후 전체 시장에서의 신세계면세점 점유율이 축소될 우려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인 명동점과 인천 DF4에 역량을 집중해 면세점의 체질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 역시 고민이 커지게 됐습니다. 인천공사는 지난달 신라면세점이 철수하면서 비게 된 DF1구역에 대해 연내 재입찰 공고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신세계면세점의 DF2구역(주류·담배)과 관련한 운용 방안도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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