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러브콜에도…북·미 회동 '안갯속'
연이은 대화 의지 표명에도…김 위원장은 여전히 '침묵'
2025-10-27 17:34:25 2025-10-27 18:53:48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간 번개 회동이 최대 변수로 부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이은 러브콜을 통해 회동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차례 제안에도 아직까지 답이 없는데요. 이 때문에 북·미 담판 성사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도 "북·미 대화 개최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 주장 일부 수용 해석…북·미 담판 실무자 대사대리 임명
 
27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뒤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북한을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용기 안에서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만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 위원장이 연락하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2019년 6월 김 위원장을 만날 때 나는 한국에 온다는 걸 인터넷에 공개했다. 나는 분명 열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이은 대화 의지 표명과 핵보유국 발언은 북·미 대화 개최 타결을 위해 김 위원장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당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 김 위원장과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가진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 교체를 단행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실무를 맡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 대사대리 임명은 시기적으로 더 눈길을 끕니다. 주미대사관은 이날 오전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가 신임 주한미국대사관 대사대리로 임명됐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대사대리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반도 문제 중 대북 관련 외교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깜짝 회동 등에 실무자로 참여하며 모두 관여했습니다. 
지난 2019년 당시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건너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환담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시스)
 
정부 관계자·전문가 "가능성 작지만 배제할 순 없다"
 
북·미 정상 만남이 성사되면 네 번째 만남이자 지난 2019년 판문점 회동 이후 6년여 만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북·미 대화 개최를 위한 실무진 접촉 등 별다른 징후는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담판 개최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하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분석합니다. 
 
오현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3차장은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다만 오 차장은 "북한은 항상 우리 기대와 다르게 행동해 김 위원장이 생각을 바꾸고 미국 측 제안을 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 것을 볼 때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깜짝 회동이 있을 수도 있기에 (대통령실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북·미 대화 조건으로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제재 완화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하기 위해선 구체적 거래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은 러시아와 혈맹 관계 구축, 중국을 우군으로 확보해 김 위원장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할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전문가도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작다고 관측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북한과 미국 실무자 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노이 노딜과 같은 재탕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 외무상이 국내에 없다는 것은 대화 추진 가능성이 낮아진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요구한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적대시 중지에 대한 미국이 답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실무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발언했음에도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박 교수는 "미국이 카드를 더 많이 쥐고 있어 김 위원장이 회담을 정치적 선전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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