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김장철 앞두고 예약 코너 '썰렁'…배추 한 통 7000원 부담 '여전'
배춧값 부담에 절임배추 예약도 주춤…"김치는 사 먹는 게 낫다"
김치 할인 코너는 인기…달라진 김장철 풍경
2025-10-24 16:55:24 2025-10-24 17:13:23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김장 코너. 김장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썰렁했습니다. '절임배추 예약 판매 중'이라는 현수막 아래 직원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예약대 앞엔 손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는데요. 
 
장을 보러 나온 60대 주부 김모(64)씨는 "요즘 배추가 '금배추'라잖아요. 예전엔 30포기씩 했는데 이젠 가족도 줄고 손도 많이 가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습니다.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내 채소 코너. (사진=이지유 기자)
 
매대 한편엔 '국산 배추 1통 6990원', '국산 무 한 개 249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는데요. 깐마늘 700g은 5990원, 새우젓 한 통은 1만원 가까이 하며 어느 것 하나 싸지 않아 보였습니다. 50대 주부 박모(58)씨는 "올해 배추 작황이 괜찮다더니 막상 와보면 체감은 다르다"며 "김장 한 번 하려면 양념값에 절임배추까지 40만~50만원은 드니 차라리 김치 몇 포기 사는 게 속 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옆으로는 '열무 1봉 5990원', '봄동 1봉 3990원'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장을 보던 김모(64)씨는 "요즘은 배추만 비싼 게 아니라 뭐든 다 올랐어요. 열무 한 봉이 6000원이라니 열무김치도 쉽사리 해 먹기가 힘들어졌다"며 "예전엔 김장 담그고 남은 양념으로 겉절이도 했는데 요즘은 겉절이 한 번 해도 부담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마트 관계자 역시 "생산량은 나쁘지 않지만 유통비와 인건비가 올라 가격 안정 체감은 어려울 수 있다"며 "절임배추 예약 수요도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 내 김장배추 사전 예약 코너. (사진=이지유 기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들은 이달부터 절임배추 예약 행사를 시작했는데요. 20kg 한 상자 기준 3만9900~4만4900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내렸지만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4일 기준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포기당 5575원으로 7월(4156원)보다 34% 올랐죠. 김장에 꼭 들어가는 무 역시 1개당 평균 2334원으로 9월(2110원)보다 10% 상승했습니다. 
 
"김장은 이제 부모님 세대의 일"…소포장 김치가 대세로
 
김장 코너의 썰렁함과 달리 김치냉장고 코너는 비교적 활기가 있었는데요. 특가 행사 스티커가 붙은 포장 김치 제품 앞에는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종가집, 비비고 등 브랜드 제품부터 마트 자체 브랜드(PB) 김치까지 진열대에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입니다. 
 
소비자들은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라며 김장에 대한 세대 인식도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김치 코너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장민수(23)씨는 "학교 근처 원룸이라 김장은 생각도 안 하는데 500g짜리 김치 하나 사면 한 달은 먹을 수 있고, 맛도 괜찮고 종류도 다양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 내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맞벌이 주부 조혜진(41)씨도 "부모님 세대에겐 김장이 가족 행사였지만 지금 세대에겐 노동"이라며 "냄새도 배고 뒷정리도 힘들어서 그냥 사 먹는 게 낫다"고 밝혔습니다. 
 
한때 겨울철의 연례 대행사였던 김장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이 됐습니다. 배춧값이 내리든 오르든 많은 이들에게 김장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모습으로 변화됐는데요. 할인 김치를 찾기 위해 마트를 옮겨 다니는 소비자들도 늘었습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마트를 번갈아 다니며 김치 할인 행사를 챙긴다"면서 "500g짜리라도 1000원 싸게 사면 한 달 식비에 차이가 크고, 요즘은 절임배추보다 소포장 김치 특가를 기다리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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