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쿠쿠가 탄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2500억원에 가까운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음에도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대규모 감액 배당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와 세제 혜택을 노린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쿠홀딩스(192400)는 지난달 약 903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공시했습니다. 자사주 231만여주(지분율 6.5%)를 활용했고, 표면·만기 이자율은 0%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쿠쿠는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480억원입니다. 현금을 충분히 보유한 기업이 굳이 EB를 발행한 이유를 두고 시장에서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규제 시행 전 막차를 타려는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EB 발행은 자사주 소각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면서도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시 직후 쿠쿠홀딩스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불신을 반영했습니다.
쿠쿠 측은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고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적 목적이 아닌 경영 안정성과 유연성을 위한 결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쿠쿠는 EB 발행과 함께 자본준비금 감액, 자회사
쿠쿠홈시스(284740) 말레이시아 법인 상장 구주매출 등 다양한 경로로 배당재원을 확보하며 '배당 잔치' 준비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쿠쿠는 내달 11일 임시주총을 열고 약 1892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자본준비금을 줄여 그만큼 배당을 하는 '감액 배당'을 단행하겠다는 겁니다.
쿠쿠 관계자는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배당 재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당사 주주환원 정책 실행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감액 배당은 일반 배당과 달리 비과세 대상이라는 큰 이점이 있습니다. 일반 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것이므로 14.5%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감액 배당은 주주가 투자한 자본준비금을 되돌려받는 원금 반환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쿠쿠는 최근 몇 년간 주당 배당금을 2021년 700원→2022년 800원→2023년 1100원→올해 1200원으로 꾸준히 올려왔습니다. 앞서 EB 발행으로 약 900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한 상황인 만큼 배당 여력은 더 늘어났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결정의 최대 수혜자는 오너 일가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구본학 쿠쿠전자 대표(45.11%)를 비롯해 형제 구본진(15.22%), 장남 구경모(3.15%), 쿠쿠사회복지재단(1.37%)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64.86%에 달합니다.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가 일반적으로는 주주친화 정책으로 평가되지만,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구조에서는 사실상 오너 일가의 이익 극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정부가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경영권 안정과 내부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감액 배당은 자본잉여금을 활용해 배당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부 대주주들이 우회적으로 활용하거나 악용하기도 한다"면서 "대주주에게 과도하게 혜택이 쏠리는 문제를 막기 위해 지분율에 따라 배당소득세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당국에서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쿠쿠전자 고덕비즈밸리 사옥. (사진=서울 강동구청)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