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50% 철강 관세 확대 초읽기…가공·생활 용품까지 겨냥
1차 대비 50% 확대…관세 대상 600개 돌파
EU “철강 성분 계산 중단”…관세 철회 압박
2025-10-17 15:12:04 2025-10-17 17:01: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품목별 추가 관세’ 적용 범위를 올해 다시 한 차례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산업계가 상무부에 제출한 관세 대상 후보 2차 요청 품목이 600개를 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철강·기계·소비재 기업들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산업계는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지난달 말까지 총 600개가 넘는 철강·알루미늄 파생품을 50% 관세 적용 품목으로 추가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8월 공식 발표한 1차 추가 대상인 407개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전력·통신 설비 부품, 자동차용 파이프 등 피팅류와 같은 산업용 부품뿐 아니라 알루미늄 캔, 포크·숟가락 등 생활용품까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기존 보호관세와 달리 ‘성분 기준 관세’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완제품 기준이 아닌 제품 내부에 함유된 철강·알루미늄의 비중만큼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철강이 주재료가 아닌 복합 가공품과 중간재·소비재까지 타격권에 들어가게 됩니다. 철강·알루미늄 성분이 일부라도 포함되면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모든 제조·유통 산업 전반으로 규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제품 설계와 소재 구조를 직접 겨냥하는 관세 방식은 기업들이 단기간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소재를 다른 재질로 대체하려면 인증·안전 규격을 다시 통과해야 하고, 생산 공정을 수정할 경우 설비 교체 비용과 납기 지연이 발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회피를 위해 원재료를 바꾸거나 조달 선을 옮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출 단가 상승과 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미지=연합뉴스)
 
여기에 미국과 유럽 간 통상 갈등이 확대되면서 국제 통상 환경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성분 관세’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통상 집행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EU 무역장관 회의 후 “냉장고나 식기세척기에 들어 있는 철강 성분을 일일이 계산하는 방식은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 공식 서한으로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EU가 이미 자국의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고 기존 수입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협정의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철강 원산지 추적 규정 또한 강화해 미국이 요구한 수준에 부합했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통상 조치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을 겨냥한 전략적 관세 부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생산기지의 미국 회귀(리쇼어링) 압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한국 기업들도 생산 이전 또는 현지 투자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일단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아직 2차 목록을 확정하지 않은 만큼 국내 기업의 반대 의견 제출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중소·중견 기업 대상 ‘수입 규제 대응 컨설팅’ 지원도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번 2차 관세 요청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연내 발표될 전망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없는데 정부가 추진한 관세 협상에서는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탄소배출권과 전기료까지 겹쳐 철강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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