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교환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합니다. 두나무 투자자들은 지분 교환 비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두나무 지분을 가진 기관들이 언제 엑시트할지에 대한 궁금증도 큽니다. 이들이 실현할 엄청난 차익이 불러올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지분 교환 이벤트에 주목한다면 두나무 주식을, 멀리 보유 지분 가치 상승과 언젠가 있을 차익실현을 기다린다면 한화투자증권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대 주주, 40만원에 삽니다” 안전판 역할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AVER(네이버)는 장중 등락을 반복하다가 1.71% 하락한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교환 계획이 알려지며 급등한 후 양사의 지분 교환 비율 등 확정안이 나올 때까지 눈치 보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양측은 큰 틀에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부분을 두고 한창 논의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는 20일 두나무의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오경석 대표의 국정감사 출석이 예정되어 있어 그 뒤로 발표를 미룰 수도 있습니다. 국감에서 민감한 사안이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별일 없이 진행된다면 결국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몸값을 어떻게 평가해 교환 비율을 정할지가 관건인데요. 장외시장에서 두나무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그에 따라 주가가 추가 상승할지 크게 오른 주가가 하락하게 될지 따지고 있습니다.
두나무는 비상장기업임에도 전체 발행주식의 약 23%를 일반 투자자들이 보유, 비상장주식 플랫폼을 통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증권플러스비상장 앱에 따르면, 양사의 지분 교환 발표 당일엔 두나무 상장이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급락해 10%가량 추락한 30만8000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네이버와의 시너지에 대한 긍정 평가로 상승 반전, 14일 현재 37만원대로 올라선 상태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투자자들은 이 가격에 매수해도 차익을 남길 수 있을지가 관심인데요. 지분 교환이 불발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기대는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사측에서 이미 힌트를 줬기 때문입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두나무 주주들이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지분 교환에 반대할 경우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주당 40만원 수준에서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이 지켜질 경우 두나무 주가는 40만원이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됩니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모두 양사의 지분 교환을 안건으로 주주총회를 열 텐데 여기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후 나중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됩니다. 송 회장이 약속한 매입가격은 반대한 주주들에게 보상할 매수청구가를 의미합니다. 37만원에 매수할 경우 주당 3만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단, 매수청구로 발생한 차익은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입니다.
주요주주 매수청구 어려워…길게 봐도 괜찮아
10% 미만의 기대이익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두나무 주식을 가진 한화투자증권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지분율은 25.53%입니다. 김형년 부회장도 13.11%를 갖고 있습니다. 그 외 투자 목적으로 돈을 댄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4%) 등이 대주주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이중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약 207만주(6.15%)를 583억원에 인수했습니다. 1주당 2만8186원 꼴입니다. 주식 수 변동으로 지분율은 5.94%로 감소했으나 보유 주식 수는 그대로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을 장외가로 환산하면 7660억원, 투자원금을 제하고도 7000억원 넘게 차익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두나무 보유주식 가치가 한화투자증권 시가총액 1조1800억원의 65%에 달합니다. 만약 한화투자증권이 일반주주들처럼 지분 교환에 반대하고 40만원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820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현실성은 낮습니다. 두나무는 지분 교환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대비해 약 3조원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전체 발행주식의 10%만 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1조4000억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두나무의 소액주주 비중이 23%인데 이들이 모두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달려들면 두나무로선 허리가 휘청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분 교환을 성사시켜야 하는 두나무로선 기관들의 지분 매각을 만류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는 지분 교환 전제 조건에 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를 정해놓고 한도를 초과할 경우 지분 교환 자체를 백지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화투자증권이 두나무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 애매한 것은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이 전략적 파트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아니라도 언젠가는 매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한화투자증권이 이번 지분 교환 과정에서 매수청구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블록딜을 하든 두나무 주식 대신 받을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기업공개(IPO)에 맞춰 처분하든 매수청구가 40만원이 기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주주환원에 인색한 한화투자증권이지만 수천억의 차익을 실현했을 때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차익 일부를 특별배당하길 바라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단순히 부채 일부를 상환해도 이자비용이 감소해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한편 일찌감치 2015년에 두나무 주식 251만주(7.20%)를 55억원, 주당 2209원이란 헐값에 투자한 우리기술투자는 한화투자증권보다 훨씬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기술투자의 경우 분기보고서에 두나무 주식을 시가로 평가해 반영하고 있는데요. 6월 말 반기보고서엔 주당 33만309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 가격에 기준해도 이미 150배 성과이며 현재 우리기술투자의 시총을 넘는 규모입니다. 투자회사라는 정체성을 감안해도 한화투자증권보다 엑시트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나 우리기술투자 역시 주주환원에 인색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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