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가 연이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금리도 4%대를 유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모습입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주(0.12%)보다 0.07%p 확대된 수치로, 3주 연속 상승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4주간 상승률을 보면 0.08%에서 0.09%, 0.12%, 0.19%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부동산 시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입니다.
이 같은 집값 상승세 속에서 은행권은 금리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원리금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00~4.11%로 집계됐습니다. 7월 3.91~4.03%보다 소폭 상승하며 4%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 영향입니다.
정부는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이도록 했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은 6억원으로 제한했습니다. 9월7일에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연이어 발표된 규제는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대신, 시장의 금리 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최근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준금리가 동결 혹은 완화 속도 조절 단계에 머무는 한, 이와 연동되는 시중 대출금리의 하락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규제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6·27 대책과 9·7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 총량과 대출한도를 제한했지만, 이는 실수요자의 대출 접근성만 낮추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주담대 규제가 오히려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을 부추기며 은행 수익의 근원인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확대만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매수 부담이 늘어 거래량은 줄었으나, 실수요층에 의한 가격 유지는 여전히 강하다"며 "공급 기반이 취약하고 '갈아타기' 실수요, 강남 3구 중심의 집값 받침 등이 유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급 확대보다는 대출 규제에 정책이 치우칠 경우, 단기적으로 과열 진정엔 효과가 있으나, 공급 불안과 '풍선효과' 등 장기적 부작용도 심각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규제 시행 즉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적용된다"며 "6월 대책 이후 세 달, 9월 대책 직후가 맞물린 지금이 사실상 금리 인상 압력이 정점인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9월 대책의 여파는 11월 이후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주담대 금리가 4%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가계부채 총량 규제, LTV 강화 등으로 인해 은행의 대출 공급이 제한된 상황이라 금리를 낮출 유인이 적다"며 "정부가 예대금리차 축소를 압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산금리 유지가 불가피한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연이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금리도 4%대를 유지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모습이다. 사진을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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