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PEC 앞두고 부랴부랴…국토부, 김해공항 ‘땜질식’ 보수
국토부 “행사 전까지 성토·일부 포장”
“APEC 행사 끝나고 본격 교체 착수”
2025-09-30 19:30:13 2025-09-30 20:22:12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보름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김해국제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서둘러 임시 보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해공항 로컬라이저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기초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를 철거하지 못한 채 기초대 전·후에 흙을 쌓고, 그 위에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으로 포장해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두고 안전 조치보다 행사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를 향해 고도와 위치 등을 전파로 쏴서 항공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입니다. 
 
김해공항 로컬라이저 시설 모습. 위쪽이 안테나, 아래쪽이 콘크리트로 일부 돌출되어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3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 25일 김해국제공항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기초대 전·후로 성토(땅을 높이기 위해 흙을 쌓는 것)를 만들고, 그 위에 아스콘으로 덮었습니다. 이어 이날은 임시 보수한 환경에서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없는지 비행 테스트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조만간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참고하는 공항 운항 정보(노탐·NOTAM)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할 예정입니다. 
 
국토부가 APEC을 앞두고 서둘러 임시 공사를 마친 건, 정상회의 기간 김해공항에 각국 정상 전용기 20여대가 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해공항 로컬라이저는 금속 재질 구조물로 만들어져 비상 상황 시 부러지기 쉬워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로컬라이저를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일부가 땅 위로 튀어나와 있어 항공기 충돌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왔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구조물과 둔덕 형태로 돼 있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 이후, 국토부는 지난 1월 전국 13개 공항의 항행안전시설물 위치와 재질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김해공항을 포함한 7개 공항에서 문제가 되는 구조물이 발견돼 교체 필요성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공사는 이번 APEC 이후로 미뤄진 것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초에는 APEC 정상회의 일정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APEC 행사 전인 10월 중순까지는 시설 개선을 완료해야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는데 태풍, 추석 연휴 등으로 10월 중순까지 공사 완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부득이 행사 전까지는 방위각 시설 기능을 유지한 채 콘크리트 기초대 전·후로 성토와 일부 포장을 해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APEC 행사가 끝나면 11월 초부터 공사에 착수해 연내 부러지기 쉬운 경량 안테나 형으로 개선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문제를 행사 직전에서야 임시 조치로 덮어두는 것은 안전 행정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위험 요소를 임시로라도 보강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본다”면서도 “올해 초 이미 문제점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교체 작업을 미루다가 국제행사를 앞두고서야 땜질식 대응에 나선 것은 늑장 행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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