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조선하청지회 노동조합을 상대로 2022년 제기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합의 논의가 사실상 멈췄습니다. 앞서 한화오션은 해당 소송 취하를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노사가 ‘상호 재발 방지 약속’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간접고용·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됐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지난 2023년 12월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한화오션의 470억원 손해배상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와 관련한 소 취하 논의가 올해 7월 말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6월18일 정규직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지회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상호 일괄 취하하기로 합의했으며, 해당 소송 취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모았지만 조선하청지회와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아울러 관련 논의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배경에는 ‘상호’ 재발 방지 약속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파업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노조는 원청 역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호 간의 재발 방지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며 협상이 사실상 멈춰 선 것입니다.
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이들은 7월 말에 이어 8월 말에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화오션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달 말에도 다시 협상에 나설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진전이 없을 경우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7월 말 이후 협상이 멈췄다”며 “이번 달 말까지는 기다려보고, 그 이후에도 변화가 없으면 기자회견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지난 6월 “손배소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한 허성무 민주당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은 지난해 11월에도 “대통합과 화합을 위해 소 취하를 사측에 요청했다”며 중재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권의 중재 노력과 더불어 ‘노란봉투법’ 통과까지 더해지며 합의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결과적으로 전망은 빗나간 셈입니다.
김성희 (사)L-ESG평가연구원 원장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됐지만 기업 차원의 변화는 더딘 상황”이라며 “하청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와 관행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노란봉투법’이 하청과 원청 간 교섭 의무를 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이 제시되지 않아 현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2022년 6월2일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열악한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51일간 옥포조선소 독(Dock·선박 건조 설비)을 점거했으며, 사측은 파업이 끝난 후 “불법 파업으로 약 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조선하청지회 소속 간부 5명에게 470억원 규모의 손배소를 제기한 바 있습니다.
소 취하 논의가 중단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협상이 중단된 것은 아니며,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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