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린 '북·미 담판'…판 커진 '경주 APEC'
순서 제약 없는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한반도 해법
김정은도 트럼프도 "좋은 관계"…관건은 '비핵화' 의제
2025-09-24 16:40:56 2025-09-24 19:37:4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동결(중단)→축소→비핵화'라는 비핵화 3단계 접근법을 넘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END' 이니셔티브를 새로운 한반도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남·북 교류의 복원과 북·미 등 관계 정상화를 통한 '페이스 메이커'(보조자) 역할을 공식 발표한 건데요. 현재 북·미가 '대화' 자체에는 뜻을 모으고 있는 만큼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북·미 담판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ND 이니셔티브 제시…촉진자 역할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며 "교류와 협력이야말로 평화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굴곡진 남북 관계의 역사가 증명해왔던 불변의 교훈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는 남북은 물론 국제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하면서,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미국의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 역할과 한국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공식화한 겁니다. 
 
비핵화 영역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설정한 '동결(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해법을 '장기 과제'로 내세웠습니다. 이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의 핵심은 남·북 교류의 선후 과제를 위해 위기를 관리하고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힘을 보탠다는 건데요. 이는 '통미봉남(소통은 미국과 하고 남한과 대화는 봉한다)' 전술을 펼치고 있는 북한에 대응해 미국에 대한 지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24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문재인정부의 운전자론이 '중재자'였다면 이재명정부의 '페이스 메이커'는 촉진자의 역할에 가깝다"며 "END 이니셔티브에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비핵화를 가장 앞 순서에 배치했다면, 이제는 교류와 관계 정상화든 순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은 이미 일정 부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1일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 언급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답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현재까지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매우 좋은 관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 '피스 메이커'라고 치켜세운 이 대통령의 언급에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깜짝 '판문점 회동' 가능성도…"트럼프 의지에 달려"
 
트럼프 대통령은 5년 만에 유엔총회 연설에 나서 '노벨 평화상'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모두가 (제가 이룬) 이런 성과마다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신경 쓰는 것은 상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라며 "일곱개의 전쟁(종식)으로 우리는 수백만명을 구했고, 지금도 다른 전쟁들을 해결 중"이라고 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는 매력적 소재입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북·미 깜짝 만남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몇 주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며 "오는 10월31일과 11월1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6월처럼 비무장지대(DMZ)를 짧게 방문해 김 위원장과 대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당시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DMZ 깜짝 방문을 예고했습니다. 2019년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시작하는 일정인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APEC 정상회의에 방문하는 터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사전 조율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뉴욕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APEC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나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계기가 있겠는가는 상상의 영역일 뿐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전되거나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고 전 원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가운데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린 문제"라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의 '비핵화 완성' 언급도 원론적 입장 확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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