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19일 17: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정부가 마련한 국민성장펀드 운용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대출 역마진을 인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금 조달에 쓰이는 정부보증채 금리가 운용 대상인 기업대출 금리보다 더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여서다. 정책금융이란 명분에 따른 것이나 산업은행 입장에선 수익성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 발행으로 조달…물량 소화는 ‘이상 무’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에서 절반인 75조원을 맡는다. 국민성장펀드란 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백신, 로봇 등 첨단산업과 밸류체인(생태계) 전반에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사진=금융위원회)
산업은행은 75조원 자금 재원을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 발행으로 충당한다. 내년부터 향후 5년이 계획 기간이며, 매년 15조원 한도로 내놓는다. 일차적으로는 오는 12월 기금을 신설할 예정이다.
75조원 가운데 50조원은 국고채 금리 수준인 2%대 초저리의 기업대출 자금(반도체와 바이오 투·융자)으로 사용한다. 나머지 25조원은 직·간접투자(AI 데이터센터 구축)와 인프라 투·융자(에너지 고속도로)에 쓸 계획이다.
즉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이라는 정부보증채 발행으로 자금을 먼저 조달한 뒤 이를 다시 기업대출 등에 사용하는 구조다.
시장에서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의 물량 소화는 별다른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금 투자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채권도 한도 15조원을 모두 채우면서 발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채권에 대한 수요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은 정부보증채인 만큼 위험가중치가 0%라는 점에서 수요 매력이 크다. 채권을 보유해도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지 않아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파생되지 않는다. 통상 위험가중치가 0%인 특수은행채(특은채), 일부 공사채 등은 은행권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보증채와 국고채 이차 존재…역마진 규모 500억~650억원
산업은행이 초저리로 대출할 예정인 기금 50조원을 실제 2%대 국고채 수준에서 실행하면 그만큼 이차 역마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인 첨단전략산업기금 채권 즉 정부보증채는 구조적으로 국고채보다 금리가 높아서다.
국고채는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서 발행량이 채권 시장에서 제일 많고 유동성도 최고로 높다. 반면 정부보증채는 발행량이나 거래 규모 측면에서 유동성이 훨씬 떨어진다. 그만큼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사진=산업은행)
KIS자산평가 수익률 매트릭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은 2.350%이며 정부보증채는 2.464%다. 이차가 11bp(0.11%p) 정도 나는데, 이러한 차이는 구조적 발생인 만큼 기간적으로 경향성을 나타낸다. 통상 이 정도 갭 차이가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정부보증채는 국고채보다 금리가 항상 높았으며, 현재는 10bp(0.10%p)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전에는 갭 차이가 30bp 이상으로 벌어진 때도 있었는데, 시장 수급을 보면 크게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10bp 초반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성장펀드 자금 사용 계획에 따라 산업은행이 50조원을 국고채 금리 수준에서 대출하면 이차 10bp(0.10%p) 기준 역마진이 총 500억원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내년 예상치인 13bp(0.13%p) 기준으로는 650억원이다.
대규모 대출 운용에 따른 건전성 저하도 산업은행 입장에선 대비해야 할 부분이다. 대출의 연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이자 마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다”라면서 “대출의 금리 수준도 나와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