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지난 9월 14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내란 재판이 지연되는 건 내란범 보호고, 그것을 막지 않는 대법원장은 내란범을 보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이 의도적으로 지연되었다는 근거는 없다. 특검이 신청한 증인이 2백명을 훌쩍 넘은 가운데 공판은 현재까지 주 3~4일 진행되었다(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면 더 길어진다). 게다가 일선 재판에 대법원이 개입하면 그건 '사법 농단'이다. 대체 언제부터 '법원 동일체 원칙'이 생겼나. 조희대 대법원이 내란범을 보호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아니나 다를까 더불어민주당은 본심을 드러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선고를 내란의 일환이라 본 것이다. 그건 '네 란'이지, 내란이 아니다. 그게 내란이면 유죄를 선고했던 대법관 10명 모두를 탄핵소추하라.
내란을 보호하고 있는 건, 내란 옹호당에 대한 해산 심판 청구를 뭉개고 있는 이재명 정부, 민주당 정권이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와 활짝 웃으며 회동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특검법 협상도 했다. 9월 15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추후 여러 가지 사건이 종료된다고 하면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겠다."
민주당은 해산을 들먹이면서도 통일교 문제나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의혹 등을 조건으로 댄다. 핑계 대지 말라. 국민의힘 해산의 명분은 진작에 충족됐다. 소수 정당인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행위(법원 재판에서 내란 선동 수준으로 밝혀졌다)도 정당 해산 사유가 됐다. 거대 정당이 군경이 출동한 내란을 옹호하고 처벌을 방해한 것은 그보다 확연히 더 위험하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며 '이석기 회합'이 통합진보당 차원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보았다. 회합의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당내 지위", "이 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옹호 태도 등"이 근거다. 이 잣대를 그대로 국민의힘에게 대보자. 분권적 정파 구조의 통합진보당에서 이석기의 지도력은 제한적이었지만, 12.3 당시 윤석열은 확고한 국민의힘 1인자이며 무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내란 옹호자들은 당내 핵심에서 다수파를 이끌었고, 내란 옹호는 일관되고 지속적이었다. 국민의힘은 "우리도 계엄에는 반대한다"고 떠들었지만 내란 실패 이후 둘러댄 말에 불과하다. 계엄 해제 찬성 의원은 당 전체 의원의 1/6, 탄핵 찬성 의원은 최대 1/9이었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당시 당 대표는 당내 다수파의 반격으로 내란 13일 만에 실각했다. 윤석열 체포 현장에는 40명 넘는 의원들이 나가서 방해했다. 그들 중 하나가 장동혁 대표다. 대표 경선 결선에 진출한 두 후보가 다 내란 옹호자인 정당이 국민의힘이다.
'대선 득표율 41%'는 방패로 삼을 수 없다. 대통령도 헌재에서 파면할 수 있다. 이 41%가 내란 옹호 지지율인 것도 아니다. 내란과의 결별을 기대하고 투표해준 유권자도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 표를 또 내란 옹호쪽으로 훔친다. Stop the steal! '공존'과 '협치'도 내란 옹호당이 해산된 뒤에 비로소 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실격한 상대 선수는 샌드백처럼 두고두고 치기 좋으니 놔두고,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심판에게 보복하려 한다. 하기야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라는 민주당 정치철학에 의하면, 국민의힘 역시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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