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제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은 역시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귀금속 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금과 은이 나란히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귀금속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9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국제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3678.3달러로 전달(8월18일, 3382.0달러) 대비 8.8% 올랐습니다. 연초(1월2일, 2669.0달러)와 비교하면 37.9% 급등한 수준입니다.
같은 날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42.12달러로, 전달(8월18일, 38.03달러)보다 10.7%, 연초(1월2일, 29.9달러)보다 40.9% 상승했습니다. 금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귀금속 시장의 강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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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27% 상승하며 같은 기간 금(29%)에 버금가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은 가격은 금의 90분의 1수준으로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상태”라며 “금 가격 고공행진 속에서 은 역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 대비 은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금은비(Gold-Silver Ratio)'는 최근 90배 수준으로 장기 평균치(60~70배)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금은비가 평균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은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왔다는 점에서 은의 상승 잠재력이 부각됩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25까지 치솟았던 금은비는 불과 14개월 만에 65 수준으로 내려왔으며 이 과정에서 은은 금보다 높은 투자 성과를 냈습니다.
산업적 수요 확대도 은의 가치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은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입니다. 전기차, 태양광,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산업에 필수 소재로 자리 잡으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매년 20% 이상 늘고 있으며 2028년까지 2억온스 이상의 은이 태양광 산업에서 소비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공급은 70% 이상이 금·구리 등 비철금속 채굴 부산물로 충당돼 탄력적으로 늘리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은 수요는 생산량을 1억8000만온스 이상 초과하며 사상 최대 공급 부족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투자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은은 금과 달리 개별 투자자가 직접 접근하기 쉽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습니다. 실버바와 그래뉼(은 알갱이) 형태의 실물을 직접 보유하거나 은 통장을 통해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또 금과 은을 혼합해 추종하는 ETF, 은광 관련 기업 주식 등 간접투자 수단도 다양합니다. 이처럼 실물부터 금융상품까지 투자 접근성이 높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ETF 시장에서도 은의 존재감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은선물(H)은 9월18일 종가가 7160원으로 연초(5290원) 대비 35% 상승했고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H)은 같은 기간 88% 급등했습니다. 특히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투자자가 KODEX 은선물(H)을 9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매수세를 이끌었습니다. 이는 금과 함께 은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금과 은이 나란히 오르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은의 높은 변동성에는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은은 시장 규모가 금의 10분의 1에 불과해 투자자의 매매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2021년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적으로 은 매수를 주도했던 '실버 스퀴즈' 사례처럼 작은 수요 변화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힙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과 은 가격은 동행하기 때문에 금값 상승이 이어지는 한 은도 후행적으로 따라간다"며 "장기적으로 금이 오르는데 은이 오르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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