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400 뚫었지만…개미들, 국내선 '곱버스', 해외 'AI'에 베팅
정부 양도세 유지 발표에 외국인 5조 순매수…정책 모멘텀 강화
개인 자금은 관망세 지속…예탁금 72조·신용융자잔고 최대치 근접
2025-09-16 16:13:48 2025-09-16 18:15:12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 매수세와 정부 정책 훈풍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3440선을 돌파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국내에서는 연일 차익실현과 조정 대비 움직임이 나타나는 반면 해외에서는 미국 빅테크와 AI·반도체 성장주 중심으로 자금을 늘리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459억달러(약 205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도 210조원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이달 초 1336억달러에서 출발해 12일 1459억달러까지 꾸준히 늘었습니. 보관액 상위 종목은 테슬라(250억달러), 엔비디아(159억달러), 팔란티어(61억달러), 애플(43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36억달러), 알파벳(36억달러) 등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이 차지했습니다. 인베스코 QQQ ETF(31억달러), ProShares Ultra QQQ ETF(10억달러) 같은 나스닥100 추종 상품까지 더해지며 기술주 중심의 선호가 뚜렷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일주일간 순매수 상위 종목도 팔란티어(약 1567억원), 시놉시스(약 1029억원), 엔비디아(약 1040억원), 크레도 테크놀로지(약 862억원) 등이 이름을 올리며 성장주 쏠림을 보여줬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눈을 돌리는 건 단순한 단기 수익 때문이 아니라 장기 성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AI와 반도체처럼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집중돼 있어 관련 종목을 따라가는 흐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해외 투자 열기는 뉴욕증시의 강세와 맞물려 있습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하 기대와 기술주 호실적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협상 진전 소식까지 겹치며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반대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개인이 일정 부분 차익을 실현하며 매도 우위를 보였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9월2일부터 16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달 들어서만 약 9조6075억원을 처분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6조원 이상 순매수하며 수급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외국인은 정부가 15일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한다고 확정 발표한 데 이어 16일에도 1조7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정책 시그널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든 가운데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추가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정책 효과가 강화될수록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TF 자금 흐름도 이러한 투자 심리를 반영했습니다. 이날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주식형 ETF 중에서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곱버스)가 2437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습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일부 개인들은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개인들도 신중한 태도로 대기성 자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22조407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25조6540억원)에 근접했고 투자자 예탁금도 72조원에 달했습니다. 과거 최고치인 2021년 77조9018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큰 규모가 시장 주변에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의 이런 움직임을 시장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대응으로 보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국내 주식 ETF 자금 유입은 계속 늘어나겠지만 인버스 ETF는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단기 조정에 대비하는 수요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의 연중 상승률이 40%를 넘어섰는데 이는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개인 입장에서는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을 가늠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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