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국해운협회가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추진에 강력히 반대하며 ‘해운 생태계 파괴’ 우려를 공식 제기했습니다. 협회는 대량 화주 기업의 해운업 진출이 전문 선사의 도태와 국민 경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수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11일 협회는 “포스코가 HMM 인수를 준비하며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사실상 본격적인 해운업 진출 시도”라고 밝혔습니다.
협회는 세계 컨테이너 해운 시장이 소수 초대형 선사에 의해 과점화돼 있는 상황에서 HMM의 독립적 성장이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HMM의 수송 능력이 94만TEU에 불과한 반면, MSC와 머스크는 각각 620만TEU, 440만TEU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대기업으로의 편입 시 HMM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협회는 철강산업이 어려워질 경우 HMM이 주력 산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하고, 정부와 업계가 회생시킨 해운 재건 노력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컨테이너선 운영은 철강 물류와는 전혀 다른 전문 영역으로, 포스코가 기대하는 물류비 절감 효과 역시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사례도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1980년대 거양해운, 호유해운, 동양상선 등 대기업 해운 자회사들은 모두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포스코가 운영했던 거양해운도 자가 화물 운송의 한계를 넘지 못해 한진해운에 매각됐고, 이 과정에서 기존 벌크선사들이 도태됐으며 포스코 자체도 손해를 입었습니다. 해외에서도 브라질 발레가 벌크선 30여척을 발주하며 해운업에 뛰어들었다가 결국 철수한 전례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법과 제도 역시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해운법 제24조는 제철 원료 등 대량 화물 화주가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이 해운업 등록을 신청할 경우 정책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해 사실상 진입 장벽을 두고 있습니다. 또 물류정책기본법은 제3자 물류 촉진을 국가 정책으로 명시하고 있어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협회는 주장했습니다.
포스코가 과거 맺은 약속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2022년 우리 협회와 포스코플로우는 국적선 수송 확대, 해운법 준수, 합리적 입찰 계약 등을 담은 상생 협약을 체결해 사실상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불과 3년 만에 HM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스스로 약속을 뒤집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양 부회장은 이어 “포스코가 HMM을 인수해 제철 원료와 제품까지 자기 화물 운송을 하게 되면 물류비 증가는 물론,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비효율이 커질 것”이라며 “이는 포스코의 손실뿐 아니라 기존 선사의 퇴출로 국내 해운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국민 경제 전체에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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