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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8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미용 의료기기 업체 바임의 매각 제안을 고사하며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수 2년 만에 기업가치가 8배 가까이 불어난 상황에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바임의 성장세와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조기 엑시트보다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엿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원매자가 바임 인수를 타진하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20배 수준을 제시했지만,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바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상승 여력 충분
멀티플 20배면 미용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미용 관련 기업 밸류에이션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년 평균 EV/EBITDA는 11.3배다. 업계 평균보다 높게 책정된 클래시스(19.5배), 하이로닉(14.4배), 제이시스메디탈(13.9배) 등과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이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엑시트 시점을 늦추더라도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제품 라인업 확충을 통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럽과 중남미 등 신규 시장 공략, 미국 FDA 허가 추진 등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까지도 거론된다. 최근 프리미어파트너스가 20배 멀티플 매각 제안을 거절한 점을 고려하면 바임의 FDA 허가 이후 몸값을 최대로 키운 뒤 엑시트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다.
FDA 승인 절차는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바임의 경우 최소 3년 이상은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바임의 주력 제품은 콜라겐 부스터 필러인 ‘쥬베룩’이다. ‘PDLLA’라는 고분자 물질과 히알루론산(HA)을 결합한 제품으로, 여드름 흉터나 모공, 피부 결, 탄력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PLA(폴리락틱애시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존 HA 필러와 달리 신소재로 분류된다.
미용 필러는 위험도에 따라 임상시험 기간이 좌우된다. 통상 510(k) 경로는 1년 내, De Novo 절차는 3년 이내지만, 쥬베룩의 경우 신소재로 분류되어 최소 3년 이상이 걸리는 PMA 절차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 환자 모집이 늦어지면 승인까지 시간이 더 길어져 바임 측은 현지 파트너와 컨소시엄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임은 이미 국내 병·의원 1800여 곳, 해외 7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다만 현재 매출 비중의 대부분은 아시아와 일부 신흥국 중심으로, 향후 글로벌 진출이 확대된다면 매출 성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티어 의료기기 업체와 견줄 수 있다는 프리미엄이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수 후 기업가치 2배…장기투자 전략
프리미어파트너스는 2023년 7월 약 700억원을 투입해 바임의 지분 76%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에도 지난해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87%까지 확대했다. 인수 당시 약 1038억원으로 평가되던 기업가치는 불과 2년 만에 83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실적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2년 매출 141억원, 영업이익 10억원, 순이익 9억원에 불과했던 바임은 인수 후 증설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2024년 기준 매출 816억원, 영업이익 71억원, 순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배, 영업이익은 7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바임은 지난해 옥천·대전 공장에 이어 대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에 제3공장을 준공한 이후 생산 능력(CAPA)을 기존 대비 3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특히 지난해 8월 쥬베룩 누적 출고량 100만 바이알을 달성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150만 바이알 생산을 돌파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바임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적의 가파른 상승세 외에도 펀드 운용 전략의 일환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단기 회수 전략을 통한 수익 실현에 집중하는 PEF와 달리 프리미어는 밴처케피탈(VC), 성장자본 펀드로 시작한 만큼 장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프리미어파트너스가 교직원공제회, 산업은행, 국민연금 등 대형 출자사업에서 잇달아 운용사(GP)로 선정된 이유도 그간의 운용 성과와 장기적 관점의 투자 철학에 대한 기관들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어가 어떤 경로를 택하든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며 “펀드 운용사로서 장기 전략적 안목을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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