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위인 삼성전자와 매출과 점유율 모두 격차를 벌리면서, 명실상부한 1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미 2025년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완판한 만큼 하반기에도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되지만 마냥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D램 중 핵심인 HBM 시장에서 경쟁자들이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미국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제외 같은 악재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1위 왕좌를 내년에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1·2분기 글로벌 D램 점유율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5일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는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업계를 조사한 결과,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매출 기준)이 39.5%로 1분기(36.9%) 대비 2.6%포인트(p)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가 1992년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30년 넘게 지켜오던 1위 자리를 올 1분기 처음으로 빼앗은 데다, 이제 그 자리를 수성하는 것까지 성공한 것입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30년여 만에 내준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점유율은 33.3%로 1분기(34.4%)보다 1.1%p 하락했고, 양사 간 격차도 2.5%p에서 6.2%p로 벌어졌습니다.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1년 넘게 이뤄지지 못했고, 대중 수출 규제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유사한 지표를 낸 바 있습니다. 지난 2일 트렌드포스는 2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매출 122억2900만달러(약 17조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38.7%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103억5000만달러(약 14조4200억원)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3.7%p 올랐지만, 점유율은 32.7%로 1%p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사 간 차이가 벌어진 주된 이유는 D램에서도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옴디아의 집계가 매출 기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출하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대에 그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하이닉스.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가 예상을 웃도는 출하량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측은 “D램은 HBM3E 12단 판매를 본격 확대했고, 낸드는 전 응용처에서 판매가 늘어났다. 업계 최고 수준의 AI 메모리 경쟁력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D램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미 올해 분량의 HBM이 완판된 만큼, 하반기에도 이상 없이 견고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에 자사에 대한 HBM 수요를 확보해뒀다”며 “올해는 특별한 이슈 없이 지금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내년 이후로도 지위를 지킬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이 SK하이닉스를 VEU에서 제외하면서 D램 생산량의 40%를 담당하는 중국 우시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HBM 역시 최우선 고객인 엔비디아와의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을 받는 양상입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반도체 정책은 불확실성의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는 업계가 HBM4를 양산하고 판매할 텐데,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이전에는 하반기에 고객사와 계약하고 양산 및 판매를 준비했는데 근래에는 예측이 무의미할 만큼 알 수가 없어졌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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