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려온 ‘로봇 왕국’ 구축 전략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신산업으로 점찍은 로보틱스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 그룹 차원에서 체계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까지 로봇 사업 전면에 나섬에 따라 그룹의 로보틱스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작한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현대모비스는 최근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봇의 관절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사업에서 단순한 완제품 개발을 넘어 핵심 부품까지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보여줍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나 유압 등의 에너지를 받아 회전이나 직선 같은 기계적 운동으로 변환해주는 핵심 장치입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액추에이터가 전체 제조 비용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부품의 자체 생산 능력 확보는 곧 원가 경쟁력과 기술 자립도를 동시에 높이는 전략적 요충지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로봇 시장 진출 계획을 보면, 정 회장의 미래 비전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그룹의 청사진 가운데 하나로 로보틱스를 주목해왔습니다. 이러한 비전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2021년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였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4족 보행 로봇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 다양한 로봇 제품군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로보틱스 분야의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단숨에 흡수하는 전략적 포트폴리오 확장이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2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테크쇼' 현대차 기자간담회에 로봇 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
정 회장의 로보틱스에 대한 확신은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의 미래를 “사람과 기계의 협업”이라고 정의하며, 로봇이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현실적인 사업 계획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0월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국 공장에 실제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는 로봇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벗어나 실제 제조 현장에서 검증받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전용 공장은 단순한 생산시설을 넘어서 로보틱스 산업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로봇 완제품 생산은 물론 관련 부품 공급망, 소프트웨어 개발, 사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밸류체인이 구축될 전망입니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자동차 부품 제조 기술력과 정밀 가공 능력은 고성능 액추에이터 개발에 필요한 기반 역량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로봇 모두 정밀한 구동 제어와 내구성이 핵심인 만큼, 기존 자동차 부품 기술의 로봇 분야 확장은 자연스러운 기술 진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최종 목표인 로봇까지 가는 과정 중에서 파생된 기술은 자율 주행 자동차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충분히 성과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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