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전승절 열병식' 참석…판문점 회담보다 '북·중·러' 먼저
양자 중심→다자외교 예고…북한식 실용외교 첫 시도
2025-08-28 18:11:22 2025-08-28 18:25:56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9·3 전승절(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대회) 열병식'에 참석합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6년 만인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하는 만큼, 앞서 한·미 정상회담 당시 판을 깔았던 판문점 3자 회담보다 북한·중국·러시아 정상 첫 대면이 먼저 이뤄질 전망입니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에 데뷔함에 따라 양자 중심이었던 북한의 외교 방식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자 연대 통한 '키맨' 역할 목적

북한은 28일 김 위원장은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습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한국 차관보)는 이날 전승절 80주년 상황 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 초청으로 총 26개 국가 외국 국가 정상과 정부 수반이 기념 활동에 참석한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달 말부터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과 전승절 행사까지 모두 참석하는데요. 방중을 통해 첫 다자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표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앞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10년 전인 지난 2015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우한 바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밀착 관계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을 만큼 한·중 관계가 두터웠습니다. 반면 북한은 김 위원장 대신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당시 노동당 비서)이 참석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북한은 중국과 별다른 교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에 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관계 영향을 고려해 불참, 김 위원장은 참석하며 중국과 관계를 새롭게 다질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지난 2019년 이후 약 6년 만입니다. 북한이 '양자외교' 중심 활동을 펼쳐온 것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의 열병식 불참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참석 결정을 통해 열병식 이후 북·중·러 3자 정상회담도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한·일, 한·미, 한·미·일 공조에 맞서 김 위원장도 이번 북·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3자 연대 '키맨' 역할을 자처하며 북한 위상을 세우려는 목적을 과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최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세계 정상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요. 이른바 '김정은식 다자외교'를 시도하는 겁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 난 페이스 메이커(보조자)"라는 발언을 통해 북한 관련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가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해당 발언을 통해 곧 개최 예정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북·미 3자 회담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요. 김 위원장의 이번 열병식 참석으로 다자외교 데뷔 무대는 북·중·러 회담에서 먼저 이뤄지게 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뉴시스)
  
전문가들 "뒷배 확보·다극화 질서 한 축 담당"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에 대해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 관해 한국과 중국은 소통을 지속해왔다"며 "관련 내용은 사전에 인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중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기대한다"며 "남북 간 대화와 협력에 열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한·미 정상회담 한·북·미 대화를 위한 흐름으로 평가했는데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잘된 게 (중국·북한이) 움직이는 흐름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의 중국과 관계 회복을 꾀하는 이유론 세계 무대에서 중국을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북한군 파병까지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러·우 전쟁 종식을 연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러·우 전쟁이 종식되면 북한과 러시아의 '혈맹' 관계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북한으로선 러시아가 아닌 다른 살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최 가능성이 생긴 북·미 대화에서도 미국을 압박할 수단으로, 든든한 지원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 방중 목적에 대해 "여러 목적이 있지만 북한은 이번 방중을 통해 푸틴, 시진핑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한다"며 "이번 방문에서 김 위원장은 다른 지도자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키맨 역할을 통해 자신의 위상을 알리고 미국을 압박할 든든한 뒷배를 확보하려는 목적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김 위원장으로선 전통 우방국과 정상회담을 할 좋은 기회"라며 "미·중 간 전략 경쟁 구도와 다극화 질서에서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정상 국가 이미지로 바꿔 제재 등을 푸는 적극적 행보를 위한 목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