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 "광복의 완성은 통일…독립 정신 후대 이어가야"
광복 80주년 기념 인터뷰…"광복은 치열한 독립투쟁 결과로 맞이한 성취"
"의병, 독립군, 광복군, 국군으로 이어지는 게 군 정통성…뉴라이트는 '밀정'"
2025-08-28 17:51:31 2025-08-28 18:05:48
이종찬 광복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올해는 광복 80주년입니다. 1945년 8·15 광복은 36년간 이어진 일본제국주의의 불법적 국권 침탈에 맞서 벌인 치열한 독립투쟁의 결과로 맞은 귀중한 성취였습니다. 지난 27일 <뉴스토마토>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들과 그들의 후손이 모여 결성한 단체인 광복회의 이종찬 회장을 만나 광복 80주년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 회장은 "다음 세대들이 대한민국이 그냥 공짜로 얻어진 나라가 아니라 피나는 투쟁을 통해서 얻은 나라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독립운동 정신을 제대로 후손들에게 계승시키는 게 당면한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회장은 "광복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라며 "광복의 완성은 통일된 나라를 만들 때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았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80년 전 8월15일 중국 상하이에서 광복을 맞았습니다. 상하이에서 중국 사람 틈에 살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해방감이 느꼈습니다. 해방 직전까지 중국 사람들이 걸핏하면 우리를 '망국노'라고 놀렸어요. '나라 없는 노예 같은 사람들'이라는 뜻이었죠. 어린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해방이 됐으니 이제 '망국노' 소리는 안 듣게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해방을 뜻있게 맞이했고, 이듬해에 귀국을 할 수 있었어요. 귀국을 했는데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임시' 자만 떨어지면은 대한민국 정부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되질 않더라고요. 미군정 하에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친일 세력이 득세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사가 꼭 바르게 가는 거는 아니구나 하는 그런 비감(悲感)을 느꼈습니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올해가 생존 독립유공자를 모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광복 80주년을 좀 더 뜻있게 보낼 수 있는 계획을 만들었는데 윤석열정부가 전부 채택을 안 했어요. 탄핵 이후 새 정부 출범까지 6~7개월의 공백이 있었고, 새 정부에서도 7월 말이 돼서야 광복 80주년 행사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계획했던 것들을 다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많이 아쉽습니다. 
 
국군의 뿌리를 찾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데 국군의 정통성,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우리 군이 일본군 위관급 장교 출신을 원로로 생각하고 닮아가는 이런 것을 보면서 저는 굉장히 모욕적으로 느꼈습니다. 1940년 9월17일 충칭에서 광복군이 처음 시작을 할 때 조소앙 선생이 '광복군은 오늘 세워진 것이 아니다.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는 날 우리 민중이 전부 들고 일어났다. 그 의병이 우리의 모체요. 그 의병이 쫓겨 올라가서 독립군으로 만든 후 다시 재편성됐는데 그 독립군이 우리의 모체요. 그 독립군이 나중에 광복군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지난 정부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조선경비대가 우리의 모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조선경비대라는 게 뭐예요? 일본군에서 남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 조선경비대입니다. 그게 어떻게 모체가 됩니까? 그게 모체가 되니까 우리 군이 일본군의 잘못만 따라 하는 겁니다. 항상 군이 정치를 지배하는 것이 일본군의 전통입니다.' 이건 아니라는 게 제 얘기죠. 
 
예를 들게요. 우리나라 헌법이 크게 다섯 번이 바뀌었어요. 제헌 헌법 이후 네 번이 헌법 가운데 세 번의 헌법,  즉 제3공화국 헌법, 유신헌법, 5공화국 헌법에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는 말이 없어요. 이건 군사정권이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국군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국회에서 항일의병, 독립군, 광복군, 국군으로 이어지는 국군의 정통성을 담아 국군조직법을 개정한다는데 저는 매우 환영합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8·15 기념사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광복이라는 건 공짜로 얻은 거다' 이런 취지인데 독립운동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카이로 선언이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카이로 선언에 우리가 피나는 독립 투쟁을 했기 때문에 연합국에서 우리 한 곳만 딱 찍어서 자유와 독립을 줘야 된다는 얘기를 한 겁니다. 독립이 연합국에서 준, 공짜로 얻은 것이라면 우리 독립투쟁을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건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독립기념관장으로는 좀 모자라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소위 뉴라이트라고 하는 사람들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다 지워버리고 싶어하는데 이게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독립운동을 다 지우려니까 1948년도에 비로소 건국이 된 거다 이 얘기를 하는 데 잘못이죠. 그 사람들이 1948년 건국을 이야기하면서 계속해서 이승만을 업고 나와요. 이승만 대통령이 1919년 6월18일 임시정부의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일본 국왕에게 보낸 편지에 내가 대한민국의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당선된 이승만 대통령이라며, 불법적으로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있는 군인을 즉각 철수하라고 요구했어요. 이승만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건국을 1919년 임시정부로 인정한 겁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건국했다는 얘기를 한 사실이 없어요. 이런 얘기를 하는 자체가 이승만 대통령을 팔아먹고 모욕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죠. 
 
좀 지나치게 이야기하면 뉴라이트는 밀정입니다. 밀정은 자기가 밀정이라는 얘기를 안 하거든요. 뉴라이트 치고서 자기가 뉴라이트라는 거 인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밀정이나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저는 늘 뒤에 숨어서 얘기하지 말고 나와서 같이 토론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공개한 이승만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 일본 국왕에게 보낸 서한. (사진=뉴스토마토)
 
앞으로 광복회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할 일은 독립운동 정신을 제대로 후손들에게 계승시키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우리나라가 그냥 공짜로 얻어진 나라가 아니라 피나는 투쟁을 통해서 얻어진 나라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광복을 완성하는 게 광복회가 할 일입니다. 광복의 완성은 우리나라가 통일된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김정은이 적대적 두 나라를 이야기하는 데 이건 잘못입니다. 그 자체가 자기 부모들,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배신한 거예요. 우리 광복회는 '투 코리아'를 부인하고 '원 코리아'를 추구합니다. 지금 아직 광복은 미완성된 상황이고, 통일된 나라를 만들 때 완성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일된 나라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를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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