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침체된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핵심 인력 확보전에 돌입했습니다. 중소형·중견 증권사들이 조직 개편과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서며 대형사에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 대어급 상장과 하반기 정책 모멘텀을 겨냥한 '몸집 불리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획득하며 10년 만에 증권가로 복귀한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한국투자증권 ECM(주식자본시장) 인력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팀 단위 이동으로 전해집니다. 기존 IPO 부문은 중소형 딜 중심이었지만 한국투자증권 출신 인력이 합류하면서 대형 기술특례나 구조화금융 딜로의 확장이 가능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력 유출이 있었던 만큼 한국투자증권이 당분간 IPO 주관 일부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투자증권은 단숨에 주관 경쟁력 순위를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말 메리츠제1호스팩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14년 만에 전통 IPO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종합증권사 전환 이후 본격적인 ECM 시장 복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이를 위해 KB증권·
삼성증권(016360) 출신 ECM 전문가 이경수 상무와 유안타증권에서 이직한 이재성 이사·이동규 부장을 새로 합류시켰습니다. 이재성 이사는 2023년 와이바이오로직스 기술특례 상장을 총괄한 실무 책임자로 바이오 IPO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스팩을 발판 삼아 대형 딜 수임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IPO실을 기존 2개 팀에서 3개 팀으로 확대하고
NH투자증권(005940) ECM3부 출신 노경호 이사를 신설 3팀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최근 2년간 유진투자증권의 IPO 주관 실적은 소형 딜 위주였으나 조직 확충과 팀별 산업 특화 전략을 병행하며 중견 기업 IPO 유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팀별 권한을 강화했고 초기 딜 발굴 단계에서부터 투자금융부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단기간에 인력을 보강하고 조직을 키운 벤치마크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유안타제12호스팩과 식품기업 시아스의 합병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3년 만에 스팩 합병 상장을 추진했습니다. 올 2월에는 KB증권 출신 연대호 전무를 기업금융사업부문 대표로 영입했고 최근에는 ECM3·4팀을 통합해 영업력을 집중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앞서 ECM3팀을 이끌던 이재성 이사와 이동규 부장이 메리츠증권으로 이직하면서 공백이 발생했지만 현재 인력 충원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다수 증권사의 대규모 인력 보강을 두고, 단순한 인력 이동을 넘어 IPO 시장의 경쟁 구도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부문은 인력 이동이 잦은 특성이지만 최근처럼 다수 증권사가 동시에 인력을 보강하는 흐름은 드물다"며 "이번 인력 이동이 대형사 중심의 IPO 시장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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