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자살…자살대책위원회법 만들자"
생명단체들,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 설치 명문화한 법 제정 촉구
2025-08-06 08:57:50 2025-08-06 14:15:58
생명 단체들이 자살대책위원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생명존중시민회의)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 재난이다." 
 
20년 넘게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생명존중시민회의,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자살유가족과따뜻한친구들, 한국생명운동연대, 한국종교인연대 등 5개 생명 단체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를 법률로 설치하기 위한 '자살대책위원회법' 입법 초안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20년 연속 자살률 1위, 이제는 법으로 제대로된 컨트롤타워 갖추자" 
 
주제 발표에 나선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2021년 기준 세계 4위(10만명당 25.8명), 2022년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자살률(23.2명)은 국가적 수치"라고 지적하며 "이는 선언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 이사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네 차례의 자살예방기본계획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2014~2015년에는 기본 계획조차 누락된 바 있습니다. 그는 "책임지는 이도, 실효성 있는 실행 계획도 없이 자살률이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허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 기속력 있는 법으로"
 
이번에 공개된 자살대책위원회법 초안은 단순한 심의·자문기구 개념을 탈피해, 관계 부처와 지방정부에 권고와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설치를 핵심으로 합니다. 
 
위원회는 정부와 기업, 종교계, 유가족,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플랫폼으로 구성됩니다. 이 위원회는 자살대책의 수립, 이행 점검은 물론, 인권 보호와 낙인 방지를 위한 원칙까지 포함한 총 20개 조문과 부칙 2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인주 나눔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은 자살대책위원회법제정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다섯 차례 집행위원회를 거쳐 이 초안을 완성했습니다. 연 6회 이상 회의 개최, 반기별 대통령 보고, 지방정부 이행 점검 등의 의무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자살예방기본계획 목표와 실제 자살률. (사진=생명존중시민회의)
 
"여당 다수, 대통령 의지도 확고…입법 가능성 높아"
 
추진위는 이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판단입니다. 현재 여당이 다수당인 데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생명 존중 정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임 이사는 "대통령령으로 위원회를 설치할 수도 있지만, 그 방식은 예산 확보나 부처 간 조정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다. 법으로 제도적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에 참석한 김혜정 '자살유가족과 따뜻한친구들' 대표는 "자살 유가족은 1순위 위험군이다. 그러나 그 고통에 사회는 침묵과 낙인으로 응답해왔다"며 "국가가 유가족의 고통을 마주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법 체계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하루 40명 사망, 800명 시도. 이 숫자는 국가적 비상사태"라고 지적하며 "일본은 시민사회의 힘으로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들고 총리실 주도로 자살률을 10년간 37% 줄였다. 한국도 대통령실 주도의 전 부처 통합 위원회가 절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명호 중앙대 교수는 "자살은 정신질환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 조직 내 스트레스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죽음"이라며 "우울증은 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단언했습니다. 이어 사회에 의해 내몰리는 죽음을 줄이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대선 한국종교인연대 상임대표는 "20년째 1위인 자살률은 익숙해져선 안 될 불명예"라고 강조하고, "대통령 직속 자살대책위원회 즉각 설치를 위한 법 제정을 위해 종교계도 함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존 자살예방법은 한계…'예방'에서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편, 2011년 제정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운영되어왔지만, 실효적 성과는 미미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임 이사는 "정신질환이 아니라 사회 정책 실패가 자살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2023년 한 해에만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자살이 3656건(전체의 25.9%)에 달했다. 이는 명백한 국가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는 자살률이 급증했던 2009년, 2018년, 2023년 모두 정치적 갈등이 격화된 해였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박인주 이사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다. 우리 자살의 현실은 '이게 과연 나라인가'라는 자괴감이 들게 한다"며 "내몰리는 죽음을 없앨 수 있도록 이제 대통령과 정부가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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