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이 최근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 협정의 내용 가운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도 자동차 등 일부 품목 관세 인하에는 성공했지만 철강은 협상 대상에서 빠졌던 만큼, 향후 한국과의 통상 협상에서도 철강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 정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EU와 ‘15% 관세’를 골자로 한 무역 협정 타결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은 EU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고, 자동차 등 주요 산업 품목에 대해서도 기존 25%에서 15%로 관세를 인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EU는 협정에 따라 2028년까지 총 7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 내에는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도 단행할 계획입니다.
반면 철강과 알루미늄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돼 기존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앞서 일본도 지난 22일 미국과의 협상에서 기존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고 자동차 등 주요 품목 관세 인하에도 성공했지만,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는 50% 관세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최근 체결된 일본·EU와의 무역 협정에서 철강·알루미늄이 연이어 협상 대상에서 빠지면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 통상 협상에서도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전부터 꾸준히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고수 기조를 보여줬던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업계에서도 철강보다는 반도체·자동차 등 전략 산업 중심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율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수치상 영향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한 약 24억달러에 그쳤습니다. 지난 2월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한 이후 효과가 수출 지표에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반기에는 실적 악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통상 계약과 출하 간 시차가 3~4개월 존재해 효과가 지연되고 있지만,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3분기부터는 부정적 영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EU 모두 철강 관세 인하에 실패한 전례가 생긴 상황에서 한국만 단독으로 협상 돌파구를 열긴 어려워 보인다”며 “철강이 협상 품목에서 배제된다면, 미국향 수출에 구조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정부와 업계가 공조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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